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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주영

Posted January. 28, 2005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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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가 다시 우리를 들뜨게 한다. 박주영 선수(20고려대) 때문이다. 그를 당장 국가대표로 뽑아야 하느냐를 놓고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아직은 무리야, 체력을 더 키워야 해 무슨 소리야, 영국 대표팀의 축구 천재 웨인 루니도 스무 살이야 축구는 팀플레이야, 다른 선수들이 볼을 안 주면 무슨 수로 골을 넣어 허 참, 최순호 선수도 19세에 국가대표가 됐다니까. 이쯤 되면 모두가 축구평론가다.

축구 황제 펠레는 13세 때 브라질 축구사에 이름을 남긴 명감독 발데마르 데 브리투와 만나게 된다. 그가 축구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이때부터였다. 발데마르 감독은 매우 엄격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술 담배를 입에 대지 말 것, 제시간에 잠자리에 들 것과 함께 신문의 스포츠 면을 읽지 말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신문에서 너희들에 관한 기사를 보면 자만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한국은 축구다김화성2002년)

자질이 뛰어난 어린 선수가 매스컴을 타면서부터 시들어버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인터뷰 공세는 물론 각종 연예 오락프로에 초대받기 마련인데 한두 차례 출연하다 보면 눈빛부터 풀어져버린다. 결국에는 코치들에게서 우리 아이 좀 제발 내버려 두라는 절규에 가까운 호소가 쏟아진다. 매스컴으로부터의 보호가 대성()으로 가는 과정에서 거쳐야 할 첫 번째 관문인 셈이다.

박주영도 예외가 아니다. 펠레처럼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매스컴으로부터의 격리가 급해 보인다. 과도한 관심과 기대만큼 선수에게 부담스러운 것은 없다. 전 언론이 당분간 박주영 안 다루기 신사협정을 맺으면 어떨까. 좀 더 차분해진 후에 그때 가서 박주영의 진로를 고민해 보자. 국내 전문가들이 못 미더우면 외국 전문가들을 상대로 국가대표팀에 언제 포함시킬지부터 물어보면 될 일 아닌가. 자칫하면 좋은 선수 하나 망칠 수도 있다.

이재호 논설위원 leej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