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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한때 북 평화적 정권교체 건의

Posted December. 24, 2004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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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가 올해 6월 3차 6자회담 직전 북한의 평화적 정권교체(peaceful regime change)를 정책 목표로 결정했으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최종 재가를 받는 과정에서 이 대목이 제외됐다고 마이클 호로위츠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이 23일 주장했다.

호로위츠 선임연구원은 이날 워싱턴 소재 허드슨연구소에서 대북정책 설명회를 마친 뒤 국무부 고위인사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말했다.

백악관 회의 상황=호로위츠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3차 6자회담 직전인 6월 22일 백악관에서 평화적 정권교체 추진이라는 내용이 담긴 북핵 해법(June proposal6월 정책제안서)을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그 내용은 빼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고, 부시 대통령은 이 말을 받아들여 그 자리에서 굵은 펜으로 그 대목을 지웠다.

라이스 보좌관이 낸 삭제 의견이 정권교체 시도 자체에 반대한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대외적 파장을 우려한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백악관 회의 다음날인 6월 23일자에 미국은 3차 6자회담에서 북한을 군사공격하거나, 김정일 정권을 쓰러뜨리지 않겠다는 잠정적인 안전보장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겉말 속뜻=현재 미국의 공식 정책기조는 북한체제 변형(regime transformation)이다.

백악관의 스티븐 해들리 안보회의 부보좌관이 이달 초 워싱턴을 방문한 한국 여야의원단에 공개적으로 언급한 내용이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처럼 군사적인 방식으로 정권교체를 시도하지는 않겠지만, 대외개방을 통해 실익을 깨닫게 함으로써 스스로 민주적 리더십을 수립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2년 전부터 김정일 정권을 무력으로 교체하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설명해 온 만큼 체제 변형 구상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라이스 보좌관의 삭제 의견이 대외적 파장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면 해들리 부보좌관이 말하는 체제 변형도 결국엔 파월 국무장관의 6월 정책제안서에 담긴 평화적 정권교체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김승련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