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매년 미국 대학 순위를 발표한다. 선정 근거에 논란이 없지 않지만 이 자료는 지난 10여년간 미국인들에게 가장 신뢰받는 대학평가 기준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흥미로운 것은 해마다 톱 랭킹에서 빠지지 않는 대학들 사이에 미세한 순위 변동이 있다는 점. 2002년 종합 순위에서 2위였던 하버드대는 이듬해 프린스턴대와 함께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최고 일류대학의 명성은 오랜 역사와 함께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 부단한 노력과 경쟁의 산물이라는 점을 말해 주는 예다.
최근에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대학을 선정해 발표했는데 그 인기의 기준이 재미있다. 도시생활을 좋아하는 학생은 뉴욕대, 전원생활을 즐기는 학생은 코넬대, 운동을 좋아하는 학생은 버지니아대, 서핑과 수상스키 마니아인 학생은 캘리포니아대, 도서관의 책벌레들은 하버드대, 졸업 후 취직 걱정이 많은 학생은 카네기멜런대 이런 식이다. 1500여개에 이른다는 미국 대학의 다양성을 보는 것 같다.
이에 비하면 한국의 대학들은 천편일률 그 자체다. 엇비슷한 캠퍼스에 고만고만한 교과목들, 나름의 전통과 개성은 몇몇 유서 깊은 대학에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이다. 하기는 대학을 가르는 유일한 기준이 입시성적뿐인 이 나라에서 학교별로 특징을 추구하는 일은 이제껏 쓸데없는 짓으로 치부돼 왔는지 모른다. 그나마 공부라도 제대로 가르쳤으면 좋으련만 많은 학생에게 대입()은 고생 끝과 동의어가 돼버린 지 오래다.
미국에선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면 집을 떠나는 게 일반화돼 있다. 저학년생들은 다른 지역에서 온 동료들과 함께 기숙사에서 숙식하며 독립심을 키운다. 학업과 여가생활이 전적으로 본인 책임이기에 자신에게 맞는 대학을 선택하는 일이 중요하다. 물론 대학도 더 좋은 학생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반면 오랜 세월 서열이 고착화된 한국의 대학들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 결과는? 몰()개성의 미래세대를 양산하는 구조, 졸업 후에도 부모에게 기대 사는 캥거루족()을 양산하는 구조라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송 문 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