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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식 '역사바로세우기'?

Posted August. 17, 2004 07:12,   

노무현 대통령이 친일() 및 독재시대 불법행위 진상규명을 815광복절 경축사의 화두로 던졌다.

노 대통령은 15일 경축사에서 광복 60돌을 앞둔 지금도 독립운동을 한 사람은 3대()가 가난하고 친일했던 사람은 3대가 떵떵거린다는 뒤집혀진 역사인식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며 먼저 친일 역사 청산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이 친일 문제와 함께 과거 독재시대의 인권침해와 불법행위도 국회 특위 구성을 통해 정리할 것을 구체적으로 제안한 것은 이른바 노무현식 역사 바로세우기를 천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청와대는 최근 과거사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815를 계기로 민족과 역사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밝힌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노 대통령이 최근 이 문제를 주로 제기해 온 열린우리당을 거들고 나선 것은 아무래도 적극적인 이슈화의 일환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는 치욕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와 안보를 튼튼히 해야 한다면서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와 자주국방이라는 미래 지향적인 화두를 선택했었다.

따라서 올해 노 대통령이 새삼 과거 역사 정리를 언급하고 나선 것은 여권의 과거사 공세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과거 역사 정리 작업이 광복 이후 우리 사회의 주류를 형성해 온 이른바 산업화 세력의 오점을 들춰내고 궁극적으로는 주류 해체 및 청산 작업으로 이어가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사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특히 구 여권에 뿌리를 둔 한나라당은 이 같은 과거 정리 작업에서 완전히 비켜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당장 박근혜() 대표는 열린우리당의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진상조사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노 대통령의 이번 경축사는 정부가 과연 국정 운영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에 관한 논란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최근 일상적인 국정운영은 이해찬() 국무총리에게 총괄토록 하고 자신은 중장기 국정과제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이번 경축사에서 과거 역사 정리를 강조함으로써 과거도 잡고 미래도 잡겠다는 두 마리 토끼 쫓기를 하고 있음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이 때문에 이날 발언이 결국 국정 운영방식의 무게중심만 흐트러뜨렸다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은 최근의 현안인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에 대해선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한편 노 대통령의 국회 특위 구성 제안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적극 추진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반대하고 있어서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노 대통령의 의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우선 정책위 산하에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여야 공동의 진상규명특위 구성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특위가 구성되면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동학혁명, 43 사건 진상규명, 친일진상규명 관련법 등 13개 관련 입법을 통합해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

그러나 한나라당 김형오() 사무총장은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하자는 것인지, 국론분열을 하자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국회 특위는) 분열과 갈등만 증폭시킬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정훈 윤영찬 jnghn@donga.com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