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친일() 및 독재시대 불법행위 진상규명을 815광복절 경축사의 화두로 던졌다.
노 대통령은 15일 경축사에서 광복 60돌을 앞둔 지금도 독립운동을 한 사람은 3대()가 가난하고 친일했던 사람은 3대가 떵떵거린다는 뒤집혀진 역사인식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며 먼저 친일 역사 청산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이 친일 문제와 함께 과거 독재시대의 인권침해와 불법행위도 국회 특위 구성을 통해 정리할 것을 구체적으로 제안한 것은 이른바 노무현식 역사 바로세우기를 천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청와대는 최근 과거사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815를 계기로 민족과 역사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밝힌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노 대통령이 최근 이 문제를 주로 제기해 온 열린우리당을 거들고 나선 것은 아무래도 적극적인 이슈화의 일환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는 치욕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와 안보를 튼튼히 해야 한다면서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와 자주국방이라는 미래 지향적인 화두를 선택했었다.
따라서 올해 노 대통령이 새삼 과거 역사 정리를 언급하고 나선 것은 여권의 과거사 공세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과거 역사 정리 작업이 광복 이후 우리 사회의 주류를 형성해 온 이른바 산업화 세력의 오점을 들춰내고 궁극적으로는 주류 해체 및 청산 작업으로 이어가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사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특히 구 여권에 뿌리를 둔 한나라당은 이 같은 과거 정리 작업에서 완전히 비켜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당장 박근혜() 대표는 열린우리당의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진상조사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노 대통령의 이번 경축사는 정부가 과연 국정 운영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에 관한 논란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최근 일상적인 국정운영은 이해찬() 국무총리에게 총괄토록 하고 자신은 중장기 국정과제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이번 경축사에서 과거 역사 정리를 강조함으로써 과거도 잡고 미래도 잡겠다는 두 마리 토끼 쫓기를 하고 있음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이 때문에 이날 발언이 결국 국정 운영방식의 무게중심만 흐트러뜨렸다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은 최근의 현안인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에 대해선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한편 노 대통령의 국회 특위 구성 제안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적극 추진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반대하고 있어서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노 대통령의 의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우선 정책위 산하에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여야 공동의 진상규명특위 구성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특위가 구성되면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동학혁명, 43 사건 진상규명, 친일진상규명 관련법 등 13개 관련 입법을 통합해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
그러나 한나라당 김형오() 사무총장은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하자는 것인지, 국론분열을 하자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국회 특위는) 분열과 갈등만 증폭시킬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