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업체인 A사에 다니는 장모 과장(37)은 지난달 말 1년 만기 정기적금에 가입하려고 은행을 찾았다가 1년 후 받을 이자를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출퇴근 때 지하철만 타고 점심 값을 아껴 가며 매달 100만원씩 적금을 붓더라도 내년 6월에 받을 수 있는 이자는 21만6000원, 한달 평균 1만8000원에 불과했던 것.
봉급생활자들이 저축 수단으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정기적금의 금리가 처음으로 3%대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개인의 미래 소득도 줄어 소비 회복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28일 내놓은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동향에 따르면 6월 중 은행의 정기적금 평균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전달에 비해 0.08%포인트 떨어진 연 3.98%로 사상 최저 수준이었다.
이 금리로 100만원씩 1년간 적금을 부었을 때 이자는 세금 16.5%를 제외한 21만6015원. 지난해 6월의 평균금리(4.29%)로 가입해 올해 6월 만기가 된 정기적금의 이자 23만2840원보다도 1만6825원 줄었다.
6월 중 정기예금 평균 금리도 5월의 3.83%에서 6월에는 3.81%로 하락했다.
이 금리로 1억원을 1년간 은행에 맡겼을 때의 이자소득은 381만원. 그러나 이자소득세로 62만8650원(16.5%)을 떼고 실제 받는 이자는 318만1350원(월 26만5112원)이다.
6월의 소비자 물가상승률(3.6%)이 1년간 계속된다면 1억원을 예금해 1년 후에 360만원의 이자가 붙어야 현재 가치가 유지된다.
결국 물가상승률까지 고려할 경우 1년 동안 예금액의 가치는 41만8650원 줄어 실질금리는 0.42%에 그친다.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의 금리가 낮아진 것은 소비 및 투자심리 위축으로 은행에 자금이 몰리지만 은행들은 마땅히 돈을 굴릴 곳이 없어 수신금리를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박승환() 한은 금융통계팀 차장은 예금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져 예금 생활자들의 소득이 줄어든 상태에서 적금금리까지 낮아져 봉급생활자의 재산 증식도 어려워지면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단기투자상품으로만 돈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은행이 제공하는 이자에서 세금을 뺀 뒤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계산한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면 은행에 일정기간 넣어 둔 원금에 이자를 합해도 맡기기 전보다 돈의 가치가 줄어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