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헌법재판소 오늘 15돌

Posted August. 31, 2003 23:29,   

ENGLISH

국민 기본권 수호와 법치주의 실현의 기치를 내걸고 1988년 9월 창설된 헌법재판소가 1일로 15주년을 맞는다.

헌법재판소는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제9차 헌법개정이 이뤄지면서 헌법재판 기능을 헌법위원회나 대법원에 맡기던 기존 제도가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소홀했다는 판단 아래 설립된 것. 1948년 7월 17일 제헌헌법이 공포된 이후 대법원 헌법위원회 등이 명목상 헌법재판 기능을 수행해왔으나 헌재 창설 이전까지는 위헌결정 사례가 8건에 불과해 실질적 기능을 하지 못했다.

헌재의 성격=헌재 재판관은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지명해 선출된다. 지난달 25일 최종영()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전효숙()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헌재 창설 15년 만에 첫 여성 헌재 재판관으로 임명돼 앞으로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인권에 대한 배려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법원은 엄격한 법률심이기 때문에 법관의 자의적 법해석이 개입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좁은 반면 헌법재판소는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포괄적이며 법이념적 판단을 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더구나 접수 사건의 90% 이상이 헌법소원으로 모두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은 것들이다. 헌재는 법률보다 상위법인 헌법에 대해 유권해석을 하기 때문에 법원 판결보다 사회적 파장이 크고 법관 개인의 성향이나 가치관이 개입될 여지가 대법원 판결보다 많은 것이 사실.

대법원은 1차적으로 4명의 합의부에서 사건을 심리한 뒤 소수 의견이나 기존의 판례와 배치되는 결론이 나올 경우에만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지만 헌재는 모든 사건에 대해 9명으로 구성된 재판부가 심리하고 대법원과 달리 소수의견을 항상 명시한다.

그동안의 성과=헌재는 8월 25일 현재 총 9097건의 심판사건을 접수해 8514건을 처리했다. 이중 국민의 기본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헌법소원은 8615건을 접수해 8072건을 처리했으며 435건의 헌법소원을 받아들여 국민의 권리를 구제했다.

위헌결정된 법령조항으로는 281개가 있으며 이중 230개가 개정됐고 27개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97년 7월 내려진 동성동본 금혼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 등이 아직 개정되지 못한 것은 현행 헌법재판소법이 헌재 결정에 대한 집행력을 부여하고 있지 않아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

올해 3월에는 헌법재판소법을 개정, 헌법소원 심판청구기간을 그 사유를 안 날부터 60일 이내를 90일 이내로, 그 사유가 있은 날부터 180일 이내를 1년 이내로 연장하고 청구인에 대한 국선대리인 선임요건을 확대하는 등 국민의 기본권 구제를 강화했다.

주요 결정=헌재는 89년 7월 법관의 판단 없이 필요적 보호감호를 선고하도록 한 구 사회보호법 제5조 1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려 신체의 자유를 대폭 확대한 데 이어 같은 해 9월에는 국가기관이 보유한 정보에 대한 국민의 접근을 거부한 행위를 알권리 침해로 위헌 결정을 내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정의 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후 93년 7월에는 전두환 정권의 국제그룹 해체조치를 위헌으로, 96년 2월에는 518 특별법을 합헌으로 판결해 군사정권 시절 권력의 횡포를 단죄함으로써 역사 바로세우기에도 앞장섰다. 97년 7월에는 국회의 날치기 입법을 국회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 결정을 내려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입법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또 99년 12월 제대군인이 공무원 채용시험에 응시할 때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가 평등권 및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위헌 결정해 40여년간 시행돼 온 제대군인가산점제도가 폐지됐고 2000년 4월에는 과외교습 금지에 대한 위헌결정을 내려 20년간 금지된 개인과외가 전면 허용됐다.

그러나 그간 끊임없이 존치 논란이 있었던 간통죄, 혼인빙자간음죄, 준법서약제, 국가보안법 일부 규정, 낙선운동 금지 등을 합헌으로 재확인하면서 보수 쪽 입장에 치우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수경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