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대학가에서 테이크아웃 커피점을 운영하던 A씨(38여)는 최근 자꾸만 늘어나는 적자 때문에 점포를 정리했다. 창업한 지 불과 1년 만이다.
A씨는 창업할 때만 해도 꿈에 부풀어 있었다. 재료값은 300원도 안하지만 3000원씩 받으면 10배 아니냐 아르바이트생만 앉혀놓고 놀다가 한 번씩 와서 계산대만 정리하면 된다는 주위의 말이 창업을 부추겼다.
그는 9평 점포를 만들기 위해 착실히 저축했던 적금을 털었고 은행대출을 합쳐 9000만원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현재는 부채가 1억1000만원으로 자본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더구나 매일 10시간씩 서서 영업에 매달리다 보니 관절염까지 생겼다. A씨는 유행 업종이라면 너도나도 뛰어들다 보니 서로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게 실수라고 말했다.
여전히 북적이는 창업 시장=창업 붐은 갈수록 속도를 더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에는 올 들어 6개월 동안만 소자본 창업자 2만5355명이 몰려 자금지원신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자원부와 한국프랜차이즈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창업의 가장 흔한 형태인 가맹사업의 시장 규모는 2002년 말 현재 약 45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7.6%를 차지해 일본(3.3%)을 2배 이상 넘어섰다. 인터넷 창업의 경우 통계청의 올 6월 조사에서 사이버쇼핑몰 3289곳 중 개인이 사업체를 경영하는 곳이 1749곳(5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9.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확산되는 좌절=가장 큰 문제는 창업자 가운데 성공보다는 실패하는 사람의 비중이 늘고 있다는 것.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1997년 개인이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아 신규사업을 시작한 경우는 23만736건, 폐업한 경우는 12만4011건으로 창업과 폐업의 규모가 2 대 1이었다. 그러나 2001년에는 신규 47만6905건, 폐업 30만8527건으로 1.5 대 1 수준으로 떨어져 폐업 건수가 창업 건수에 비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5년 동안 신규창업자는 2배 증가했으나 폐업자는 2.5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폐업 신고율이 신규사업 신고에 비해 저조한 것을 감안할 경우 실패한 창업자들의 규모는 이 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이 문제인가=좋은 때를 전제로 점포를 창업했던 개인사업자들이 경기침체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 한 식당 창업자는 매출은 지난해 말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지만 월세나 관리비 인건비 등 지출항목은 전혀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소자본 창업자들이 줄지어 쓰러지는 가장 큰 이유가 최근의 극심한 경기악화 탓임을 드러내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또 개인 창업의 경우 벤처기업이나 일반제조업체와 달리 정부로부터 받는 세제나 자금상의 혜택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서울대 경영학과 김상훈() 교수는 부동산 투자 정도로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금방 창업했다가 금방 망하는 사례가 선진국보다 월등히 많다며 국가적으로도 중소기업과 구별되는 소기업 창업자에 대한 경영상담과 세제지원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