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재계를 달랠 묘안이 없어 고심에 빠졌다.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이나 경제부처 장관 가운데 어느 누구도 전날 전경련 등 경제 5단체장들이 공장 해외이전까지 거론하며 강도 높게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판한 점을 화제로 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경제 5단체장들의 발표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묻는 질문에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 그에 대해 얘기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재계의 대화창구인 대통령정책실 분위기는 그동안 쌓였던 재계의 불만이 폭발한 것 아니겠느냐면서도 애써 의미를 축소하는 모습이다.
정책실의 한 핵심 관계자는 재계가 공장까지 옮기겠다고 한 공개발언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조흥은행 노조 파업 해결과정에서 우리가 사측의 팔을 비튼 게 뭐가 있나. 우리는 원칙대로 했을 뿐인데 재계가 지나치게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며 오히려 재계를 비판하고 나섰다.
정책실의 다른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서는 노조측에 아주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다. 대화와 타협, 원칙과 신뢰대로 한다는 노 대통령의 갈등 해결 방식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우() 정책실장은 재계의 집단반발에 대해 말을 극도로 아끼면서 시간이 흐르면 참여정부의 노사정책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정부가 노조 편을 든 것이 없다. 옛날에 너무 사측에 편을 들었던 것을 중립으로 옮겨 놓는 과정으로 보면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노 대통령이 기업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삼계탕집에서 재계 총수들을 만난 만큼 재계를 다독거릴 만한 선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대안이 마땅치 않아 곤혹스러워하는 눈치다.
이와 관련해 조만간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기업 애로사항을 노 대통령이 직접 듣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내달 초 예정된 중국 방문 때 민간기업 CEO들이 대통령을 수행하도록 하면서 대통령과의 간극을 메우는 계기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또 대기업들의 투자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전향적으로 허용하면서 재계의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되살리겠다는 복안. 그러나 이런저런 아이디어 차원의 방안들조차도 내부 조율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