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 44.71%의 상계관세 판정을 내림에 따라 반도체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판정을 한국 반도체산업을 견제하려는 미국측의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가 추산한 이번 판정에 따른 피해 규모는 1억달러 정도. 그러나 유럽연합(EU)도 상계관세 부과에 가세할 가능성이 높아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동안 기업 회생에 힘을 쏟아온 하이닉스는 이로써 또 한번 생사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판정이 남아 있지만 대미 수출길이 사실상 막힌 데다 EU의 상계관세 판정 전망도 밝지 않기 때문이다.
하이닉스의 미주 지역 D램 수출 비중은 전체 D램 수출물량의 25% 정도로 44.71% 상계관세로 월평균 270억원 정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EU도 33%의 상계관세 예비판정을 내린 상황이라 이를 더하면 매달 내야 하는 상계관세 부담은 330억원으로 늘어나 가격경쟁력 유지가 어려워진다. 하이닉스는 4월 예비판정 이후 이미 대미 직수출을 중단한 상태다.
하이닉스가 최근 3년간 수조원대의 적자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하이닉스는 올 14분기에도 1조47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이정 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영업 현금흐름면에서는 하이닉스가 마이크론과 인피니온 등 경쟁사에 비해 사정이 좋아 D램 가격의 오름세가 유지된다면 치명타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닉스는 이에 따라 미국 오리건주 유진공장을 풀가동해 현지 조달 물량을 최대한 늘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PC용 마더보드 제조사를 통해 D램을 수출하는 등 상계관세를 피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또 고부가가치 제품인 DDR 400 D램과 플래시 메모리 생산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미국과 EU에 대한 직수출 비중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어 주요 고정거래선의 이탈 등 영업력의 훼손은 불가피할 전망.
한편 삼성전자는 관세부과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돼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고 수출물량 감소에 따른 공급량 부족으로 D램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