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피구의 페널티킥 실축으로 스페인 무적함대 레알 마드리드의 우승 꿈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15일 이탈리아 토리노의 델레알피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20022003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통산 10회 우승을 노리던 지난해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는 이탈리아 세리에A 챔피언 유벤투스에 1-3으로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1차전에서 2-1로 이긴 레알 마드리드는 1승1패를 기록했지만 득실차에서 뒤져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이로써 85, 96년 2차례 챔피언스컵을 포옹했던 유벤투스는 통산 5회 우승 기록을 지닌 AC 밀란과 29일 잉글랜드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경기장에서 결승전을 벌이게 됐다. 이탈리아 팀간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격돌은 사상 처음. 같은 국가 클럽끼리 왕좌를 겨루기는 2000년 레알 마드리드-발렌시아 대결 이후 3년 만이다.
이날 레알 마드리드는 피구의 페널티킥 실축이 뼈아팠다. 피구가 페널티킥을 성공했더라면 전체 득실이 4-4가 돼 원정 골 우선 원칙에 따라 결승행 티켓을 딸 수 있었기 때문. 피구는 0-2로 뒤지던 후반 22분 호나우두가 얻어낸 페널티킥 키커로 나섰으나 볼이 유벤투스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의 정면으로 가는 바람에 땅을 쳐야 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날 맹장수술에서 채 회복되지 않은 라울을 선발로 내세우고 장딴지 부상중인 호나우두를 후반 7분에 투입했지만 특유의 화려한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 44분 지네딘 지단이 1골을 만회했으나 5분간 지속된 인저리타임에서 더 이상 골을 잡아내지 못했다.
반면 올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2연패를 달성한 유벤투스는 다비드 트레제게,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파벨 네드베드가 릴레이 골을 터뜨렸다.
이탈리아의 영웅 델 피에로는 1골 1도움으로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델 피에로는 전반 12분 네드베드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볼을 머리로 반대 방향으로 떨궈 트레제게가 선제골을 잡아내도록 도왔다. 그는 이어 전반 종료 2분전 페널티지역 내 왼쪽에서 수비 사이를 가르는 기습 슛으로 추가골을 낚아냈다. 네드베드는 후반 28분 아크 정면에서 쐐기골을 터뜨려 7만여 홈팬을 열광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