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크 전쟁이 발발한 직후인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3출국장.
다소 두꺼운 운동화나 부츠를 신은 출국자들은 모두 신발을 벗어야 했다. 또 주머니가 불룩한 양복을 입은 사람도 윗도리를 벗어 별도의 상자에 담아야 했다. 이들 물품은 검색대에 설치된 X선 투시기를 통해 정밀검색을 받았다.
검색요원은 또 폭발물 탐지장비로 물건이 많이 담긴 휴대가방을 별도로 검사했다.
여행객 김은순씨(38여)는 찬 기운이 도는 맨바닥 위에서 신발을 벗고 검사를 받아 기분이 좀 상했다며 전쟁 여파로 검색을 강화하는 것은 좋지만 검사대에 양탄자라도 깔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이처럼 보안검색이 강화됐다.
노트북컴퓨터나 캠코더 등 전자제품은 별도의 폭약탐지장비로 검사를 받아야 하고, 항공기 승무원이나 공항 종사자들도 평소보다 엄격한 검사를 받은 뒤 보안지역을 통과했다.
검색 강화로 수속시간이 길어지자 출국자들은 평소보다 출국수속을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입국장의 수속절차도 다소 까다로워졌다.
특히 이라크 이란 리비아 등 중동지역에서 입국하는 승객들에 대한 입국심사가 강화됐다.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은 중동인에 대해서는 국내 체류지의 정확한 주소를 확인하는 등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50분부터 인천공항 출국장으로 들어오는 입구 도로에 기관총을 장착한 장갑차 한 대가 배치되는 등 공항 외곽경비도 삼엄해졌다.
활주로 지역에서만 운영되던 외곽 망루초소가 공항 주변 여러 곳에 설치됐고 경비인력도 보강됐다. 경비인력이 배치된 외곽 망루초소는 3곳에서 9곳으로 늘었고 외곽 출입초소의 경비인력도 초소별로 1, 2명씩 추가 배치됐다. 인천국제공항경찰대 관계자는 공항공사와 경찰 소속 특수경비인력 1500여명이 비번근무를 줄이는 대신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인천공항은 승객들이 여행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가 많아 한산한 모습이었다. 출국 심사대와 체크인 카운터에는 줄을 설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이날 출국자는 약 1만여명으로 평소의 1만10001만2000명에 비해 1020%가량 줄었다.
테러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미국을 비롯해 괌, 사이판 등 미국령으로 떠나는 항공노선의 예약 취소가 특히 늘었다.
서울 J여행사의 김모씨(36)는 어제 하와이행 승객 한 명에 이어 오늘 하와이 샌프란시스코 사이판행 관광객 3명이 테러가 걱정된다면서 예약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여행객 하모씨(56)는 괌으로 여행하려다 혹시 몰라 미국과 관련이 없는 태국의 푸케트섬으로 행선지를 바꿨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탑승률은 뉴욕행 64.8%, 로스앤젤레스행 83%, 워싱턴행 71% 등으로 지난달에 비해 10%가량 줄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괴질에다 전쟁까지 겹쳐 앞으로 승객이 더욱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