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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가 교육부 상급기관이냐

Posted February. 27, 200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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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노무현() 정부의 조각 발표에서 18개 정부부처 중 유일하게 교육부총리만 제외된 배경을 둘러싸고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직원들은 이날 일손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삼삼오오 모여 사태 추이에 의견을 나누었다. 특히 전국교직원노조 등 시민단체가 격렬히 반대하면서 사실상 내정되었던 인선이 무산되자 앞으로의 교육정책에까지 사회단체가 미칠 영향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인선 진통=교육부총리로는 초기에 여러 명이 거론됐으나 초중고와 대학, 인적자원개발정책 등 막중한 교육행정을 이끌기에는 경륜이 부족하고 특정 단체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체신부 건설교통부 장관 등 풍부한 행정 경험을 갖춘 오명() 아주대 총장이 급부상했다. 노 대통령측은 꼭 모셔오라며 여러 차례 사람을 보낼 정도로 공을 들인 끝에 오 총장의 수락을 받아 사실상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들이 26일 청와대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인터넷을 통해 인신 공격성 글을 올리는 등 극렬한 움직임을 보이자 오 총장은 학교에 남아 교육개혁을 돕겠다며 정중히 고사해 인선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누가 적임자=교육부의 한 고위 간부는 교육부총리 인선이 난항을 겪는 것은 그만큼 교육이 중요하다는 증거라며 그러나 (노 대통령의) 조건을 갖춘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은 부총리 자격으로 교육에 경쟁원리를 도입해 교육의 질적 향상을 이뤄내고, 여러 교육주체가 호감을 가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황석근(석) 대변인은 일부 단체가 이념적 편향성을 갖고 자신들과 뜻이 같지 않으면 반개혁 세력으로 모는 행태는 문제라며 조각 때부터 시민단체의 눈치를 보면 소신 행정을 펴기 힘들고 대통령과 함께 임기를 같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초강남교육시민모임 김정명신 대표는 민주당의 교육개혁 실패 때문에 국민의 교육 불신이 높아진 것이라며 교육행정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신속히 부총리를 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표현 방식 문제=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들은 대체 어떤 인사가 임명될지 걱정이라며 시민단체의 의사표현 방식이 지나쳤다. 욕설로 장관 후보자를 도배했는데 무슨 나라가 이 모양이냐고 말했다.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적으로 몰아붙이는 풍토가 만연될 것 같아 염려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아주대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이를 문제삼은 글이 많이 올라왔다. 김종희씨는 인터넷의 반대글과 개혁적이라는 시민단체의 마녀사냥에 화가 났다며 경기고 서울대 출신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입각을 반대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인철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