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변리사 시험관리가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 수험생들이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시험을 주관하는 특허청은 합격자 선정 방법을 갑자기 바꾸는가 하면 시험시간 중에 문제를 수정하는 등 국가 자격시험 관리가 엉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법무법인 정일은 올해 5월25일 치러진 변리사 1차 시험을 앞두고 특허청이 돌연 합격생 선발 방법을 바꾸는 바람에 피해를 보았다는 불합격자 3명을 대리해 지난달 22일 서울행정법원에 불합격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고 8일 밝혔다.
정일은 또 8월 초에는 직업선택권 침해 등을 이유로 201명의 응시자를 대리해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헌소()에 대해 청구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기각했으나 보충의견을 통해 특허청의 잘못을 지적했다.
헌재는 보충의견에서 특허청은 시험관리 등 행정편의를 위해 개인의 직업선택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청구기간은 지났지만 헌법질서의 수호 유지를 위해 앞으로 같은 유형의 침해행위가 반복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파문은 특허청이 1차 시험을 불과 4개월 앞둔 올 1월 17일 합격자 선정 방법을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꾸면서부터 시작됐다. 특허청은 2000년 6월 변리사법 시행령을 바꿔 절대평가제로 바꿨으며 올 1월 9일에도 3월 31일 절대평가제로 1차 시험을 치른다고 발표했다.
특허청은 2차 합격생 인원은 한정돼 있는데 절대평가제로 하면 1차 합격생이 폭증하는 데다 시험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해 바꿨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일의 설경수() 변호사는 2000년 6월 특허청 발표에 따라 수험 준비생이 폭증했고 1차에서는 합격선만 넘으면 되기 때문에 2차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시험 준비기간을 조절했다가 갑작스러운 번복으로 피해를 본 수험생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올 8월 시행된 변리사 2차 시험에서는 선택과목 중 회로이론의 한 문제에 부호가 빠져 시험시간이 시작된 뒤 30분 후에야 정정하는 사태를 빚었다. 해당 과목을 치른 수험생들은 시험 당일에 시험시간 연장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시험문제를 복사하는 복사기실 정전으로 시험시간이 한 시간 늦어지고 전자계산기는 쓰지 말라는 문제에 계산기를 써야 하는 문제가 출제돼 문방구에서 급히 구해 쓰는 해프닝도 빚었다.특허청 관계자는 나중에 소송이 제기되는 등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시험문제 선정위원들에게 시간연장 등을 의논했으나 부호 없이도 풀 수 있다 다른 문제부터 풀면 됐지 않느냐며 거부해 예정대로 시험을 실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