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여신이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고쳐 먹었을까.
1타차 단독 선두로 마지막 18번홀 그린에 올라간 한지연(28하이트)은 80 거리의 손쉬운 오르막 파퍼팅만을 남겨뒀다. 반면 2위 강수연(26아스트라)은 만만치 않은 3m짜리 버디퍼팅을 성공시켜야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 나갈 수 있는 절박한 상황. 누가 보더라도 우승컵은 한지연의 품에 거의 안긴 듯했다.
하지만 장갑 벗을 때까지는 알 수 없는 게 골프. 강수연이 거침없이 버디 퍼팅을 컵에 떨어뜨리며 기어이 한지연과 동타로 공동 선두를 이뤘다. 강수연의 예상 밖 추격에 마음이라도 흔들렸을까. 주말골퍼라면 선뜻 OK라도 줄 만큼 짧은 거리였지만 한지연의 파퍼팅은 아쉽게 컵만 훑고 나왔다. 한지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하늘을 쳐다봤고 강수연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강수연이 극적인 역전드라마를 펼치며 시즌 첫 승을 장식하는 순간이었다.
26일 경기 여주 스카이밸리CC(파72)에서 열린 스카이밸리-김영주여자골프대회 최종 3라운드. 강수연은 숨막히는 접전 끝에 18번홀 버디에 힘입어 1언더파를 쳐 합계 10언더파로 한지연을 1타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3승으로 다승왕과 상금왕을 차지했던 강수연은 시즌 5번째 대회에서 뒤늦게 우승을 신고하며 국내 최강의 자존심을 지켰다. 우승 상금은 1800만원.
강수연은 그동안 너무 우승에 집착한 탓에 샷이 안 풀렸다며 다음달 미국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 출전을 앞두고 첫 승을 이뤄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후반기 일본LPGA투어에 진출하는 한지연은 뼈아픈 역전패로 95년 프로 데뷔 후 줄곧 이어온 무관 행진에 마침표를 찍는 데 또다시 실패했다.
슈퍼 루키 이미나(이동수패션)는 합계 7언더파로 단독 3위에 올라 올 시즌 신인왕 등극에 바짝 다가섰다. 석사 골퍼 서아람(칩트론)은 합계 5언더파로 단독 5위에 자리했고 시즌 2승을 노렸던 정일미(한솔포렘)는 합계 4언더파로 공동 6위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