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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여! 영원하라!"

Posted June. 11, 2002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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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붉은 물결로 넘실댔고 온 국민은 하나가 됐다. 서울에는 경기 시작 전부터 굵은 비가 내렸지만 월드컵 열기를 식히지는 못했다. 대한민국과 오필승 코리아를 외치는 함성이 전국을 뒤흔든 하루였다.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가늠할 미국과의 대회전이 있은 10일 전국 81곳에서 66만명(경찰 추산오후 5시 현재)의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와 한마음으로 한국팀을 응원했다.

서울은 이날 광화문과 시청 앞 광장에 30만명이 모인 것을 비롯해 대형 전광판이 설치된 10곳에서 모두 45만여명이 거리응원전을 펼쳤다.

서울 광화문 및 시청 앞종로구 세종로 사거리 일대는 시민들이 붉은 색 티셔츠를 입고 도로를 가득 메워 붉은 바다를 연출했다. 경기 시작 3시간여 전부터 모여들기 시작한 시민들은 경기가 시작되면서 15만명으로 불어났다.

오후 3시반 경기가 시작되면서 빗방울이 상당히 굵어졌지만 시민들은 대한민국을 외치며 본격 응원전을 펼쳤으며 애국가가 흘러나오자 함께 합창했다.

시민들은 경기 전반 설기현 유상철 선수의 슈팅과 이을용 선수의 페널티킥이 골대를 빗나가자 땅을 치며 아쉬워했다. 전반 24분 미국팀에 한 점을 허용하자 거리는 순간적으로 정적에 휩싸이기도 했다.

8000여평의 광장에 대형 전광판 3개가 설치된 시청 앞에도 이날 15만여명의 시민이 모여 열띤 응원전을 폈다.

경기 시작에 앞서 오후 2시부터 크라잉 넛, 윤도현 밴드 등 인기 그룹들의 축하공연이 펼쳐지자 시민들은 불놀이야 고래사냥 등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대학생 김윤미씨(22여)는 이렇게 흥분되고 멋진 축제는 처음이라며 8강까지 올라가 축제 무드가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과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근처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장인들도 넥타이를 맨 채 몰려 나와 87년 610 민주항쟁 때의 넥타이 시위대를 연상케 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총 53개 중대 6000여명의 경찰력을 시청과 광화문 주변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며 응원단과의 경계를 경찰관들로 완전히 에워쌌다.

특히 미 대사관 주변에 2개 중대를 배치하고 순찰차를 이용, 대사관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쳤다.

강남, 여의도 및 상암동 월드컵경기장3만여명이 운집한 잠실야구장과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광장에도 붉은 물결이 출렁댔다.

한국팀이 전반에 한 골을 먹고 결정적인 페널티킥도 놓치자 잠실야구장에 모인 3만여 관중은 일제히 한숨을 내쉬었다.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 일부 응원단은 비를 피해 자리를 옮겼지만 대부분의 응원단은 우산을 쓰거나 우비 차림으로 자리를 지키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시간이 갈수록 경기장을 찾는 시민은 늘어났다.

대형 전광판이 설치된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야외무대 앞에도 5만여명의 응원단이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에도 불구하고 한마음으로 뭉쳤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으며 한국팀의 슛이 빗나갈 때마다 안타까워했다.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옆 평화의 공원에도 소나기가 오는 가운데 3만여명의 시민이 모여 록 밴드의 연주에 맞춰 응원가를 부르며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응원을 위해 이곳에 온 박지숙씨(35주부)는 응원가를 따라 부르다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고 울먹였다.

이밖에 대학로 마로니에공원과 잠실 한강시민공원 등에도 1만여명의 시민이 응원에 참여하는 등 이날 서울 거리는 응원가와 구호로 떠나갈 듯했다.

한편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주한 미국대사관과 강남구 삼성동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 등 대부분의 미국 관련 기관들은 이날 오후 미국팀 응원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휴무했다.



이진구 이태훈 sys1201@donga.com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