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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표정 집무...TV시청 확인 안돼

Posted May. 17, 200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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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통령의 긴하루...

김대중() 대통령이 16일 막내 홍걸()씨가 검찰에 출두하는 장면을 TV로 지켜보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 대통령께 TV를 보시지 말도록 건의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홍걸씨가 검찰에 출두한 직후인 오전 10시반부터 집무실에서 중소기업특위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예정시간보다 다소 늦게 도착한 김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참석자들과 말없이 악수만 한 뒤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업무보고 도중 평소처럼 관심 사안에 대해 묻기도 하고 마무리 발언도 20여분 동안이나 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정책기획수석실로부터 월드컵 준비상황에 대한 별도 보고를 받았다.

김 대통령이 억장이 무너지는 심경을 억누르고 이처럼 정상적으로 집무를 계속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흔들림 없이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청와대 본관은 하루종일 숨죽인 분위기였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온갖 고난과 역경을 겪어온 김 대통령으로서는 일생 동안 굳게 지켜온 자존심이 일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희호 여사는....

김대중()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는 16일 저녁 참석 예정이었던 주한 미국상공회의소(AMCHAM) 주최 실업가정을 위한 후원의 밤 행사에 불참했다. 이 여사는 보좌진이 행사 불참을 권유하자 별다른 얘기 없이 순순히 이를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이 여사는 이날 하루 종일 관저에 머물렀다. 홍걸씨가 검찰에 출두하던 시간에는 차마 TV를 지켜볼 자신이 없었던 듯 비서진을 불러 일정을 보고토록 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 여사는 김 대통령과도 얼굴을 마주치는 것을 피한 채 방에 혼자 틀어박혀 성경을 읽고 기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홍걸씨가 출두하기 전 전화를 걸어오자 이 여사는 성경 구절을 소개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도록 권유하기도 했다며 이 여사는 감정의 기복은 있겠지만 굳건히 자신을 지켜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이 여사는 홍걸씨의 비리의혹이 불거진 이후 한동안 심한 자책감에 빠져 입버릇처럼 빨리 (청와대에서) 나가고 싶다고 말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관저 내의 사소한 주방 일까지 신경을 쓰는 등 시름을 잊기 위해 일거리를 만들려는 노력해 왔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철희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