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4일 오전 11시(현지시간) 백악관 앞 로즈 가든에서 갑작스레 소집한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으로부터의 병력 철수 등을 요구한 뒤 18분 만에 자리를 떴다.
말없이 백악관 건물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그의 등 뒤로 왜 이제서야(Why now)?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기자들의 질문에는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무력행사를 방관해 온 데 대한 힐난과 함께 갑자기 태도를 선회한 이유에 대한 추궁이 담겨 있었다.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폭력의 소용돌이가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 된다. 그만하면 됐다(Enough is Enough)고 이유를 밝혔으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중동 전지역의 불안정으로 번져나가는 것을 차단키 위해 개입을 결정했다고 뉴욕타임스는 5일 진단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아랍권의 친미 국가인 이집트와 요르단에서 반이스라엘, 반미 나아가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는 것을 크게 우려했다는 것.
부시 대통령은 그동안 팔레스타인의 자살폭탄테러를 911테러와 같은 테러로, 이스라엘의 무력행사를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과 같은 자위권의 발동으로 규정해 왔다. 대통령의 국가안보 보좌팀 내에서도 자살폭탄테러가 단순한 테러가 아니라 이스라엘의 침략에 대한 저항의 성격을 띠고 있다면서 부시 대통령의 시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복잡다단한 외교 현안을 단순화하는 부시 대통령의 완강한 태도에 묻혀버렸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좁은 시각은 결국 미국을 이중적 딜레마에 빠뜨렸다. 이-팔 사태는 미국의 일방적 이스라엘 편들기에 의해 이미 문명간의 충돌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고 미국의 대 테러 전쟁의 다음 목표인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 전복에 대한 아랍권의 지지는 흩어져버렸다.
이에 따라 입장 번복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몰려가던 부시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에 대한 철군을 요구함과 동시에 중동 특사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파견키로 결정, 중동사태에 대한 전면적인 개입에 나선 것.
파월 장관은 다음주 중동 순방에서 총성이 멎지 않으면 평화협상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선 휴전협상, 후 평화협상의 기존 원칙에서 양자의 협상을 병행하는 쪽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앤서니 지니 중동특사는 5일 중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만나 휴전 방안을 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