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일단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올 들어 세계 경제를 짓눌렀던 일본발 3월 금융위기설. 3월의 증시 개장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28일 일본 금융당국과 시장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달 들어 도쿄()증시의 닛케이 평균주가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며 다음달 1일 예금전액보호제 폐지를 앞두고 우려했던 예금의 대량인출사태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뚜렷한 경제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구조개혁도 지지부진한 상태가 계속되자 4, 5월 위기설 등 월 위기설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억지로 막은 금융위기3월 위기설에서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예금 대량인출사태로 일본금융이 일대 혼란에 빠지는 상황이었다. 급격한 인출사태로 인한 혼란은 없었지만 금융권의 자금이 소형은행에서 대형은행으로, 원금 1000만엔까지만 보호되는 정기예금에서 보통예금으로 대이동했다. 이에 따라 소규모 지방은행들이 일부 도산하는 한편 대형 시중은행의 경우에는 보통예금 잔고가 11조엔(약 110조원)이나 늘었다.
언제든지 인출이 가능한 보통예금은 자금운용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은행들은 오히려 자금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를 연 0.001%까지 낮추고 있는 실정.
또 증시의 경우에는 일본 정부가 연기금의 자금을 동원하고 부실채권 매수 추진본부를 설치하는 등 주가를 억지로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많다. 이에 따라 3월8일 12,000엔대까지 회복됐던 닛케이주가는 다시 11,000엔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28일 종가는 11,333.11엔.
금융부실화 가속일시적인 위기는 넘겼지만 금융부실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달 말 결산에서 12개 시중은행이 모두 최종적자를 기록하고 부실채권규모도 더욱 늘어날 전망.
지난해 9월 말 중간결산 때는 도쿄미쓰비시 미쓰비시신탁 스미토모신탁 등 3개은행은 최종흑자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들마저도 최종적자로 전락, 12개 시중은행 전체가 2조5000억엔을 넘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최근 잠정 집계됐다.
또 이들이 보유한 부실채권규모도 24조엔에 이르러 지난해 3월말의 17조6800억엔보다 무려 40%나 늘어났다. 이들은 1년간 당초 예상보다 1조엔 많은 7조5000억엔의 부실채권을 처리했으나 계속되는 경기악화로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계속되는 위기설일본정부는 일단 3월 위기설을 무사히 넘겼다고 보고 이달중 계획했던 디플레이션 후속대책 수립을 다음달로 연기했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도 20일 금융정책회의에서 추가적인 금융완화 조치를 내놓지 않고 현상유지를 결정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문제를 뒤로 미루는 것이라며 불만이 적지 않다. 이달 말 위기는 요행히 넘어간다고 해도 다음달 중 주요기업들의 3월 말 결산실적이 발표되면 또다시 주가가 급락하는 등 위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 주간경제지인 닛케이비즈니스도 25일자에서 경제대책 연기의 죄와 벌위기는 반복된다라는 특집기사를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