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쿨캣이 정상을 향한 힘찬 날개짓을 시작했다.
신세계는 17일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뉴국민은행배 2002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현대 하이페리온과의 개막전에서 84-78로 승리,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승리의 주역은 신세계정선민이란 등식이 말해주듯 역시 24득점 10리바운드 8어시스트를 기록한 정선민.
전날 1억1000만원에 계약을 마쳐 연봉퀸에 오른 정선민의 당초 계획은 국내코트를 떠나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뛸 준비를 한다는 것. 정선민은 4월 한국선수로서는 처음으로 WNBA 공식초청을 받았다. 그러나 정선민의 미국행 결심은 결국 바뀌고 말았다. 그것은 구단의 최고대우를 조건으로 한 잔류요구와 이번 겨울리그에 WNBA 스타급 선수들이 몰려온다는 것 때문. 지금 미국무대에서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WNBA스타들이 우리나라에 찾아온다니까 과연 어떤지 같이 뛰며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일종의 예비고사인 셈이지요. 정선민이 계약서에 도장을 꾹 찍은 이유다.
이날 정선민은 이전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듯한 예전모습이 사라졌다.
2쿼터까지 3개의 슛만 던진 정성민은 불과 4득점. 예전 같으면 자신에게 상대수비가 쏠려도 기어코 슛을 던지던 버릇을 버리고 동료에게 슛찬스를 내주는 도우미 역할을 착실히 했다. 2쿼터까지 정선민이 찔러준 7개의 어시스트는 현대 전체선수의 기록과 같을 정도.
후반엔 또 다른 변신으로 상대를 헷갈리게 했다. 자신에 대한 상대 수비가 허술해지자 이번엔 자신이 공격라인 맨 앞선에 섰다. 3쿼터 시작을 알리는 버저가 울리자마자 내리 6점.
마치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득점할 기세였다. 그러나 그런 자신감에는 놀라운 볼에 대한 욕심, 다시 말해 집중력이 높았다.
64-67로 뒤지고 있던 4쿼터 종료 7분21초 전. 현대 정윤숙이 리바운드를 따내며 넘어지자 정선민은 득달같이 달려들어 두 손에 든 볼을 뺏어내 득점으로 연결했다.
바로 다음엔 팀동료 스미스가 이지슛을 놓치자 어느새 뒤따라 들어가 슛자세에서 파울로 자유투 두 개를 얻어냈다.
4쿼터 들어 정선민의 자유투로 68-67 첫 역전에 성공한 신세계는 이어 정선민의 레이업슛과 역시 정선민의 손을 떠난 어시스트가 이언주와 스미스의 골로 연결되며 멀찌감치 달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