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August. 15, 2001 08:42,
김태길() 서울대 명예교수, 강영훈() 전 국무총리, 김용준() 고려대 명예교수 등 각계 원로들이 주축이 된 성숙한 사회 가꾸기 모임(상임공동대표 김태길)의 대표와 임원 115명이 최근 우리 사회의 분열상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정치권력 등의 변화와 신뢰 회복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 상임공동대표 등 15명의 원로는 14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세실 레스토랑에서 광복의 날에 즈음하여 오늘의 난국을 생각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쉰여섯번째 광복의 날을 맞이하는 우리는 불신과 반목 속에서 흔들리는 나라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혀 있다며 문명의 대전환기인 이 시점에서 앞서 가는 나라들은 새 것을 찾아 치열한 경쟁의 길로 치닫고 있는데 우리는 옛 역사의 낡은 장부를 뒤적이면서 적과 동지의 이분법으로 세상을 가르는 데 온 힘을 쏟아 붓고 있는 살벌한 풍경이라고 개탄했다.
성명서는 이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나간 반칙사회의 깊은 수렁 속에 살면서 더럽혀진 우리 모두의 몸을 깨끗이 씻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이를 위해 대탕평의 거사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명서는 다음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늘의 역사적 도전에 대한 응전의 묘책을 짜내는 일이라고 전제하고 이를 선도하는 사람들은 우선 자신부터 깨끗해야 하고 자신부터 변해야 하며 그렇지 않고서는 어떤 변화와 개혁의 목소리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서는 그 다음에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것은 진정한 민주적 공론의 광장이며 그 토대가 되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내세우면서도 남의 생각과 주장이 들어설 자리를 비워 두는 화이부동()의 마음가짐이라고 지적했다.
성명서는 또 우리가 지향하는 성숙한 세상은 진보와 보수, 그리고 중도가 모두 제 색깔을 당당히 드러내는 한편 공론의 장에서 합리적 토론을 통해 공동선을 추구하는 세상이라며 이런 점에서 최근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 부추기는 극단적 양극화 현상은 사회통합을 해치는 분열주의로 규탄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성명서는 특히 성숙한 열린 사회를 만들기 위한 최우선의 과제는 신뢰의 구축이라면서 이를 위해 정치에 종사하며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남을 지배하고 억압하는 권력으로부터 모두에게 봉사하는 권력으로, 혼자 독점하는 권력으로부터 함께 잘 살게 하는, 나누는 권력으로의 일대전환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 성명서는 지식인들도 일반인들이 침묵할 때 말해야 하고, 많은 돈을 버는 사람들은 이웃과 더불어 사는 올바른 돈의 철학을 실천하고자 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성명서 채택에 참여한 인사에는 유종호() 연세대 석좌교수, 이호왕() 학술원 회장, 이재후() 김&장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이헌조() LG그룹 고문, 서경석() 목사, 이세중() 변호사, 이석연() 경실련 사무총장, 손봉호() 서울대 교수 등이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