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현행 전국구의원 선출방식을 위헌이라고 결정함에 따라 이제 선거법 개정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1인 2표제가 유력해 보인다. 사표() 방지와 직능대표 및 여성의 국회 진출에 유효한 비례대표제를 없애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헌재 결정에 대해 여야()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어 선거법 개정 과정이 순탄할 것 같지는 않다. 또 다음 총선이 2004년 4월에 있기 때문에 차기 정권 이후로 미루려는 움직임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광역의회의 비례대표제를 고려한다면 늦어도 내년 6월의 지방선거 이전까지는 선거법 개정을 마치는 것이 옳다. 다음 대선 이후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 선거법을 고치려든다면 다시 당리당략에 휘둘려 선거법 개정이 변질될 우려가 크다. 여야는 선거법 개정을 서두르기 바란다.
헌재가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현행 비례대표제와 기탁금제도가 위헌이며, 지금의 비례대표제가 유지되는 한 1인 1표제 역시 한정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은 현 제도가 민주주의의 근간인 직접평등 선거의 정신을 위배하고 국민의 참정권을 제약함으로써 민의()를 왜곡하고 있다고 못박은 셈이다. 여야는 과거처럼 당리당략에 매달려 득실을 재기보다는 이번의 헌재 결정을 정치개혁의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1인 2표제가 실시되면 군소정당의 입지가 넓어지면서 다당제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럴 경우 야당의 힘은 분산될 수 있으나 전체적으로 여소야대()가 될 여지가 많다. 우리의 정치현실에 비추어볼 때 자칫 지속적인 정치 불안과 그에 따른 국정 난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1인 2표제가 현재의 지역대결구도를 완화시키고 전국구()로 상징되는 그릇된 정치관행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 등 긍정적 효과를 보인다 해도 그것이 정치개혁으로 이어지려면 정당 민주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1인 보스의 비민주적 정당 체제와 무슨 수를 쓰든 원내 다수가 되어야만 한다는 집권측의 경직된 사고방식이 결합된다면 아무리 선거법을 개정한들 정치 선진화는 요원할 것이다.
선거법 개정은 보다 질 높은 정치 엘리트를 충원하는 방식의 개혁이다. 정치의 질을 높이려면 정당이 민주화되어야 한다. 그것이 정치개혁의 첫걸음이다. 우리가 선거법 개정을 촉구함과 아울러 정당민주화를 다시 강조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