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앞다퉈 중국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주력 수출품이 원료를 단순 가공했거나 부가가치가 낮은 범용제품에 몰려 있어 사실상 속빈 강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제조업 경쟁력을 키워 첨단 고급제품을 개발하지 않을 경우 중국의 후발기업에 밀려 중국시장은 물론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시장까지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3일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중국에서의 한국 제조업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한국이 중국에 가장 많이 판 제품은 중동산 원유를 가공한 석유로 99년에만 11억달러 어치를 수출했다.
또 종이류(5위) 염색직물(9위) 등 기술 수준이 높지 않아도 되는 제품들이 대() 중국 수출품 목록의 상위권에 올랐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이 반도체 디지털가전 등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첨단 전자제품을 중국시장에 많이 팔고 있을 것이라는 통념을 뒤엎는 것.
한경연 박승록 연구위원은 중국이 경제개발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내수용 석유가 필요하지만 아직 원유 정제시설을 갖추지 못한 탓에 한국산 석유를 쓰는 것이라며 정유설비에 대한 투자가 마무리되면 한국산 석유를 덜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브라운관(2위) 반도체(4위) 등 전자관련 고급제품도 꾸준히 수출하고 있지만 공급과잉에 시달리는 석유화학 제품 등 단가가 낮은 물건들이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엄청난 중국시장을 놓고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 제품의 중국내 경쟁력 순위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분야에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다이오드와 트랜지스터는 5위, 반도체는 4위에 그쳤다. 무선전화기가 1위에 오른 것을 빼고는 정보통신 분야에서도 미국 일본 대만 스웨덴 등 경쟁국에 뒤졌다.
한경연은 한국이 흑자를 내는 품목들은 중국정부가 수입대체 산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신증설을 계획중인 분야라며 중국시장의 구조변화에 대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