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졸속발굴 아픔… 과학분석 통한 새 성과 다행”

“졸속발굴 아픔… 과학분석 통한 새 성과 다행”

Posted September. 14, 2021 07:55,   

Updated September. 14, 2021 07:55

ENGLISH

 “1973년 천마총을 발굴할 때 2년 전 무령왕릉에서의 졸속이 뇌리에 깊이 박혔습니다.”

 13일 국립공주박물관에서 만난 지건길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사진)은 “예상치 못한 완전분(도굴되지 않은 무덤) 발견에 조사원들 모두 정신이 혼미해졌다”며 무령왕릉 발굴 상황을 돌이켰다. 꼬박 이틀 만에 수천 점의 유물 수습을 마친 무령왕릉 발굴을 반면교사로 삼아 2년 뒤 천마총 발굴 때는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1970년대 국책 발굴사업의 효시로 통하는 천마총 발굴은 약 1년에 걸쳐 진행됐다. 그는 “무령왕릉도 제대로 발굴했다면 천마총만큼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고 했다.

 발굴보고서 등에 따르면 1971년 7월 5일 오전 10시 30분 공주 송산리 고분군 배수로 공사 도중 우연히 무령왕릉이 발견됐다. 이어 이틀 뒤인 7일 오전 발굴에 들어가 이튿날 오후 10시부터 유물 수습이 시작됐다. 발굴단은 밤새도록 5000여 점의 유물을 부대에 퍼 담아 외부로 옮겼다. 이 작업이 모두 종료된 게 9일 오전 9시. 발굴에 착수한 지 만 이틀 만이었다. 이에 따라 일부 유물은 정확한 출토 위치를 몰라 성격을 규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무덤 바닥에서 대거 쓸려나온 수많은 금속 장식들이 대표적이다.

 지 전 관장은 무령왕릉 발굴 당시 28세의 문화재연구실(현 국립문화재연구소) 소속 학예연구사였다. 발굴단장이자 국립박물관장이던 삼불 김원룡 교수는 그의 서울대 고고학과 스승이기도 했다. 그는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때만 해도 하늘 같은 스승에게 ‘차근차근 조사하자’고 직언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무령왕릉 발굴 성과에 대한 해석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수습된 유물들에 대한 과학 분석을 통해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그는 “2001년부터 유물에 대한 정밀 조사가 이뤄져 ‘신(新)보고서’ 발간으로 이어졌다. 발굴 과정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몇 해 전 경주 월성 발굴 속도전 논란과 맞물려 “학술 발굴이 차근차근 이뤄질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주=김상운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