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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의 시인

Posted September. 10, 2021 07:32,   

Updated September. 10, 202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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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곳에서 맑은 이슬 먹으며 낭랑한 소리를 뽑기에 매미는 곧잘 세상의 혼탁에서 저 홀로 고결한 존재로 비유된다. 시인의 손바닥에 기어든 병든 매미, 날개는 찢기고 울음소리는 씁쓰름하다. 티끌에 눈동자가 찔리는 바람에 이젠 맘대로 날지도 노래하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래도 자신의 타고난 재주는 아직 건재해서 가벼이 날 수 있고 청아한 소리도 낸다. 배 속은 꽃이슬로 가득 찼으니 그 심성은 또 얼마나 정갈하고 향긋할 것인가. 한데 제대로 재능 발휘를 못하는 이 불우한 상황에서 바야흐로 꾀꼬리, 솔개의 위협을 받고 있다. 병든 매미를 자신의 처지에 견주려는 의도는 어찌 보면 지극히 정상적인 발상일 테지만, 매미보다 크다고 해서 다 해코지의 상대라 단정할 수 있을까. 마지막 구절엔 얼핏 시인의 과장된 피해의식이 엿보인다.

 시작에 자신만만했던 가도는 과거에 낙방하자 조정 실권자를 대놓고 비판하는 시를 쏟아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가도는 과거를 관장하던 예부(禮部)로부터 ‘고사장 패악자’의 하나로 몰려 10년 이상 응시 자격을 박탈당했다. 당대의 문장가 한유(韓愈)만은 맹교(孟郊)가 죽은 후 ‘하늘은 문장이 완전히 끊어질까 두려워, 다시금 가도를 인간 세상에 내놓았지’라고 칭송했으니, 스승으로부터는 도탑게 인정받은 셈이다.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