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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한국인 애니메이터 “이탈리아스러움 표현에 집중했죠”

‘루카’ 한국인 애니메이터 “이탈리아스러움 표현에 집중했죠”

Posted June. 10, 2021 07:24,   

Updated June. 10, 2021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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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루카’에서 또 다른 주인공은 배경이 된 이탈리아다. 북부 이탈리아의 제노바에서 나고 자란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영화가 “이탈리아를 향한 나의 러브레터”라고 밝혔다. 루카에서는 푸른 하늘과 쨍한 햇빛, 청량한 바다같이 이탈리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장면이 쉴 새 없이 펼쳐진다. 17일 개봉하는 영화는 지상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는 소심한 바다괴물 루카가 모험심 넘치는 친구 알베르토를 만나 인간세계로 떠나는 모험을 담았다.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와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는 이 영화의 ‘이탈리아스러움’을 표현하는데 기여했다. 레이아웃 아티스트는 화면 움직임과 캐릭터 동선을 구성하고, 라이터는 조명도를 조절해 시공간의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탈리아 하늘을 많이 연구했다. 360도로 카메라를 돌려 하늘을 보여주거나 해가 지는 장면이 많다. 이탈리아에서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통해 주변 그림자와 선명도, 색감의 변화를 연구했다. 이탈리아에 갔을 때 골목마다 빨래가 널린 게 인상적이었는데, 루카에서도 빨래 그림자에 신경을 썼다.” (조성연)

 “거대한 달빛 아래에서 아이들이 지붕을 뛰어다니는 장면이 있는데 건물이 다닥다닥 붙은 이탈리아 마을의 특징을 살린 것이다. 관객들이 마을이나 바다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와이드샷을 썼다.” (김성영)

 바다괴물 루카와 친구 알베르토는 영화에서 인간과 바다괴물의 모습을 오간다. 괴물로 변하는 정도에 따라 조명도를 달리 적용해 디테일을 살렸다.

 “인간과 바다괴물은 각각 적합한 조명도가 달라 괴물에서 인간으로 변하는 장면에서 두 가지의 조명도를 혼합했다. 괴물로 변하는 정도에 따라 혼합비율도 달라진다. 또 괴물로 변할 때 물이 피부에 닿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최적의 조명도를 찾으려 노력했다.” (조성연)

 루카는 모든 제작과정이 팬데믹 기간과 겹쳤다. 픽사는 직원들이 만나 소통하는 과정에서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이유로 한동안 재택근무를 허용하지 않았지만 루카 제작 땐 달랐다.

 “집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등 일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라 제작기간을 유동적으로 잡았어요. 실제 영화관에서 볼 때 장면이 어색하지 않은지 확인하는 작업을 집에서도 할 수 있도록 가상현실 기술이 지원되기도 했습니다. ‘이젠 집에서도 영화를 만들 수 있구나’ 싶었어요.”


김재희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