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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그룹에 감사 표시한 文, 국내 투자 걸림돌 제거로 답하라

4대 그룹에 감사 표시한 文, 국내 투자 걸림돌 제거로 답하라

Posted June. 03, 2021 07:29,   

Updated June. 03, 2021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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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그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함께 해주신 덕분에 한·미 정상회담 성과가 참 좋았다”고 했다. 정상회담에 맞춰 4대 그룹이 44조 원의 대미투자를 결정해 한국 정부가 안보·대북 문제 등에서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는 데 도움을 준 데 고마움을 표한 것이다. 대통령이 취임 첫해와 이듬해에 다수의 기업인을 청와대로 초청한 적은 있지만 4대 그룹과 따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대통령은 “한미 양국의 관계가 최첨단 기술, 제품의 글로벌 협력까지 더 포괄적으로 발전한 게 뜻 깊은 일”이라고 정상회담의 의미를 평가했다. 또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많이 늘리니까 그만큼 한국에 대한 투자는 줄거나 일자리 기회가 더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더라”면서 “대기업이 앞장서 나가면 중소·중견 협력업체들이 동반 진출하고, 거기에 우리의 부품 소재 장비가 수출돼 국내 일자리가 더 창출 된다”고 했다.

 지난달 정상회담 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대미 투자의사를 밝힌 4대 그룹 관계자를 일일이 호명하며 ‘쌩큐’를 연발했지만 국내 일각에선 “양질의 일자리 수 만개를 미국에 뺏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걸 의식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고 있고, 자국 생산제품 구입을 독려하는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는 만큼 한국 기업들의 대미투자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4대 그룹이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BBC 산업’의 대미 협력을 강화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리스크가 따르는 게 현실이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4대 그룹의 최대 시장인 중국이 견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기업 노조는 국내의 일감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해외사업 확대에 반발하기도 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대통령이 대기업에게 ‘감사 표시’ 하는 데서 멈춰선 안 된다. 기업 경쟁력이 곧 ‘국력’이란 현실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확인했다면 우리 기업들이 자유롭게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 국내 토양부터 마련해줘야 한다. 경직적 주 52시간제의 수정,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등 실질적 제도개선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앞에선 ‘고맙다’면서 뒤에선 온갖 규제로 기업을 옥죄는 행태를 계속한다면 “기업이 다 해놓은 일에 정부는 편승만 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