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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일자리 35만 개 없앤 최저임금, 더 올리자는 노동계

한해 일자리 35만 개 없앤 최저임금, 더 올리자는 노동계

Posted April. 22, 2021 07:27,   

Updated April. 22, 2021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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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그제 1차 전원회의를 열어 심의를 시작했다. 민주노총은 올해 8720원인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 원 이상으로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자영업자, 중소기업을 고려해 동결을 주장한다. 예년에도 이견이 적지 않았지만 올해는 양측 시각차가 워낙 커 타협이 쉽지 않아 보인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하고 집권한 문재인 정부 초에 최저임금은 급상승했다. 2018년(16.4%), 2019년(10.9%) 2년 만에 29.1%가 올랐다. 임금을 높여 소비를 촉진하면 기업투자가 늘고 성장률이 높아진다는 게 최저임금 인상의 정부 측 논리였지만 결과는 서민 일자리 감소와 자영업 몰락이었다. 일자리 쇼크가 커지자 최저임금위가 작년과 올해 2.9%, 1.5%로 인상률에 브레이크를 걸었는데 노동계가 현 정부 마지막해인 내년에 ‘1만 원 약속’을 이행하라며 14.7% 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직원이 일을 잘해 고용주가 돈을 벌면 임금을 높여주는 건 당연한 일이다. 최근 정보기술(IT)업체, 게임업체에선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매출과 이익은 제자리인데 임금만 오르면 고용주들이 직원 수부터 줄인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이 16.4% 오른 2018년 한해에만 최대 34만7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한국노동경제학회는 최근 추산했다.

‘직원을 둔 자영업자’의 수가 지난달까지 28개월 연속 감소한 반면 직원 없는 ‘나 홀로 사장님’이 26개월 연속 늘어난 건 한 푼이라도 임금부담을 줄이려는 자영업자가 많아진 탓이다. 인건비 부담이 늘자 편의점, 카페 주인들은 ‘14.5시간짜리 알바’들만 뽑고 있다. 주 15시간 이상 일한 직원에게 하루 치 일당을 더 줘야하는 ‘주휴수당’이라도 줄이려는 것이다. 작년 근로자의 15.6%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은 것도 ‘악덕 사업주’가 많아서가 아니라 최저임금을 감당 못하는 고용주가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회복 시점조차 점치기 어려울 때 최저임금 인상은 사회 약자들을 고용시장 밖으로 내몰면서 대기업, 공기업 직원의 처우만 개선해 ‘임금 양극화’를 심화할 수 있다. 지금은 최저임금 인상보다 업종, 지역 차이조차 인정하지 않는 경직적 최저임금제도 등을 유연하게 바꿔 단 하나의 일자리라도 더 만드는 게 중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