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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 대신 주식” 미성년 계좌 1년새 2배로

“용돈 대신 주식” 미성년 계좌 1년새 2배로

Posted February. 19, 2021 07:29,   

Updated February. 19, 2021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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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안보배 씨(35)는 열 살짜리 아들의 주식 계좌를 만들어 삼성전자 주식 2주를 사줬다. 어린이신문을 구독하는 아들이 증시 관련 기사들을 읽고선 투자를 직접 해보고 싶다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안 씨는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고민했지만 아들이 그동안 모은 용돈으로 투자해보면 실전 경제 교육이 될 것 같아 허락했다”고 했다. 안 씨 부부가 주식 용어와 투자 개념 등을 알려주지만 투자 종목을 고르고 사고팔 때를 정하는 건 아들 몫이다. 지난달 말 삼성전자 주가가 8만 원 초반으로 떨어지자 아들은 “지금 더 사야한다”며 부부에게 8만2000원을 건넸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식 투자 열풍에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의 주식 계좌도 1년 새 2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키움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의 미성년자 주식 계좌는 60만6952개로 집계됐다. 1년 전(29만1033개)보다 108.6% 급증했다. 특히 국내 증시가 삼천피(코스피 3,000) 시대를 열며 달아올랐던 올 1월에만 8만 개 이상의 신규 계좌가 개설됐다. 2019년 1년간 개설된 미성년자 계좌는 1만 개가 안 됐다.

 증시 활황으로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데다 금융 투자의 중요성을 인식한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자녀 명의의 계좌를 만들어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집값 급등과 취업난 등으로 자녀에게 미리 주식으로 재산을 증여하는 부모도 늘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10대 때부터 소액으로 실전 투자를 해보면 금융 교육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지나치게 큰돈을 투자하면 편법 증여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박희창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