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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에 맞먹는 준조세… 한국에서 기업한다는 것

법인세에 맞먹는 준조세… 한국에서 기업한다는 것

Posted February. 19, 2021 07:30,   

Updated February. 19, 202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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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기업들이 2019년 부담한 준조세가 67조59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같은 해에 낸 법인세 72조1700억 원의 93.7%나 되는 규모다. 준조세는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험료, 폐기물부담금 등 각종 부담금에 비자발적 기부금을 합한 금액을 말한다. 준조세라고해서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기업의 부담능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금액과 증가속도가 무엇보다 큰 문제다.

 준조세가 우리 기업들에 얼마나 부담을 주는 지는 순이익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2019년 국내 기업들의 당기순이익은 111조 원으로 전년보다 50조 원이나 줄었다. 그런데도 준조세는 7.4%(4조6700억 원)나 증가했다. 재작년 한해뿐만이 아니다. 2015∼2019년 경제성장률은 2.0∼3.2% 수준이었던데 비해 준조세 증가율은 2배 이상 가파른 5.1∼8.3%였다. 이 때문에 기업현장에서는 준조세 때문에 허리가 휜다는 비명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비단 금액과 증가속도만 문제가 아니다. 준조세가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다. 동아일보 취재결과 개발제한구역이 아닌 곳에 공장을 지었는데 증설을 하려고 보니 추후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며 증설비용의 절반이 넘는 1800억 원대의 부담금을 해당기업에 내라고 하는 사례까지 있었다. 롯데제과는 2012년부터 최근까지 매년 20억∼30억 원의 폐기물부담금을 내고 있다. 껌 소비량이 매년 줄어들고 최근에는 길거리에 껌을 뱉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도 폐기물부담금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

 준조세 중 비자발적 기부금은 강제성의 경계가 모호해 기업 경영에 특히 위협이 될 수 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기부금 요청에 대해 강제성을 더 많이 느낀다고 한다.

 그런데도 여당은 코로나를 핑계로 기업들에 대한 준조세 부담을 늘리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여당이 2월 임시 국회에서 추진 중인 사회연대기금법은 기업과 개인으로부터 기금을 조성해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을 돕겠다는 것이다. 여당이 이 법과 함께 추진 중인 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목표 이윤을 초과하면 협력사인 중소기업과 나누는 방안을 담고 있다. 여당은 기업 자율로 포장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정치권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사실상 팔 비틀기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불합리한 부담금을 내고 위험한 기부금을 내는 기업이 활력을 갖긴 힘들다. 준조세 중 취지가 맞지 않는 부담금과 비자발적 기부금은 없애야 한다. 바꿀 수 있다면 차라리 세금으로 걷는 것이 조세법률주의 원칙에도 맞고, 기업 입장에선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 그나마 사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