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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형 100m 박태환 기록과 0.09초차 고2 황선우

자유형 100m 박태환 기록과 0.09초차 고2 황선우

Posted October. 30, 2020 07:21,   

Updated October. 30, 2020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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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친구들에게 ‘수영’ 하면 황선우라는 이름을 떠올리게 하고 싶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0월이 돼서야 열린 시즌 첫 수영대회(김천전국대회)는 고교 2년생 황선우(17·서울체고)라는 ‘괴물’ 탄생의 무대였다. 14일 남자고등부 자유형 200m(1분46초31), 계영 400m(3분26초58) 1위를 차지한 황선우는 15일 자유형 100m(48초51), 계영 800m(7분32초54) 1위에 이어, 16일 혼계영 400m(3분43초63)에서 서울체고의 우승을 이끌며 5관왕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여자수영의 간판 김서영(26·경북도청, 우리금융그룹) 등 4명이 5관왕에 올랐지만 황선우가 돋보인 건 남고부로 나선 황선우의 기록이 남자대학부와 남자일반부 ‘형님들’을 앞섰다는 점이다. 특히 자유형 100m 기록은 ‘마린보이’ 박태환(31)이 2014년 세운 한국기록(48초42)에 불과 0.09초 뒤졌을 뿐이다. 남대부 이유연(한국체대)의 자유형 100m(49초65), 200m(1분49초87) 우승 기록도 황선우에 크게 뒤진다.

 황선우는 “코로나19로 수영장이 폐쇄되고 대회도 줄줄이 취소됐지만 기회로 여기고 ‘몸 다지기’에 집중한 결과가 좋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키(186cm)가 크지만 지난해만 해도 몸무게가 68kg으로 마른 체형이던 황선우는 올해 체중을 늘린 만큼(72kg) 근육이 붙으며 힘이 더 생겼다. 몸이 영글며 중학교 3학년(2018년) 때 51초53이던 자유형 100m 기록은 지난해 50초28, 올해 48초51로 무섭게 단축되고 있다.

 이병호 서울체고 감독은 “수영에서 70∼80%를 차지하는 게 팔을 잘 움직이는 것인데 황선우는 팔이 길고(윙스팬 193cm) 물을 잘 탈 줄 안다. 그리고 어느 무대에서든 위축되지 않고 자기 수영을 한다. 박태환의 기록을 넘어서는 건 시간문제”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록 향상에 자신감이 생기며 꿈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올림픽은 ‘출전’이 목표였지만 이제는 자신의 주종목(자유형 100m, 200m)에서 8명이 나서는 결선까지 진출하는 것으로 목표를 높였다.

 “태환이 형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 다섯 살이어서 별 기억이 없어요. 이후 제가 선수가 된 뒤 기록의 개념을 이해하면서 태환이 형이 한 일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깨달았죠(웃음). 아직은 따라가려면 멀었어요. 정말 열심히 해야 해요.”

 황선우의 롤 모델은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35)다. 수영이 좋아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모를 정도’로 훈련했다는 펠프스처럼 황선우도 김천전국수영대회를 앞두고 추석 연휴도 잊은 채 훈련에 매진했다. 수영 자체를 좋아해 자유형뿐 아니라 접영, 배영, 평영 등 경영의 모든 영법을 익힌 것도 영법을 가리지 않았던 펠프스와 닮은 부분이다. 빨래판 같은 식스팩은 밤낮을 가리지 않은 강한 훈련의 훈장처럼 보였다.

 황선우는 그동안 ‘제2의 박태환’으로 불린 후계자 가운데 박태환의 기량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처럼 등장한 대형 유망주에 한국 수영계가 술렁이고 있다.


김배중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