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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격차에 다급한 트럼프, 입원중 외출 차량유세 ‘무리수’

지지율 격차에 다급한 트럼프, 입원중 외출 차량유세 ‘무리수’

Posted October. 06, 2020 08:01,   

Updated October. 06, 202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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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대선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입원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병원 밖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깜짝 외출을 했다가 “정신 나간 짓”이라는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최대 14%포인트까지 벌어졌다는 여론조사 등이 나오자 조급한 마음에 ‘무리수’를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AP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자신이 입원 중이던 메릴랜드주 베세즈다의 월터 리드 군병원 밖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병원 밖으로 나왔다.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73초짜리 동영상을 통해 병원 밖 지지자들을 ‘깜짝 방문’을 하겠다고 밝힌 직후였다. 그는 이 동영상에서 “코로나19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자동차를 타고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간 트럼프 대통령은 뒷좌석에서 마스크를 한 채 앉아 있었고,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창문은 닫은 채였다. 지지자들과 직접 접촉은 없었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기본 원칙을 대통령이 보란 듯이 어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코로나19 감염자는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원칙적으로 치료가 되기 전까지는 외출을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자동차에 타고 있던 비밀경호국(SS) 요원 2명을 감염 위험에 빠뜨렸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요원들도 당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좁은 자동차 실내에선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월터 리드 병원의 내과의사인 제임스 필립스는 CNN에 “자동차에 타고 있던 요원들은 이제 죽을지도 모르게 됐다. 대통령의 이런 행동은 정신 나간 짓”라고 비난했다. 조너선 라이너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대통령이 병원 밖에서 ‘즐거운 드라이브’를 해 경호원들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 퇴원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치료를 담당 중인 의료진은 기자회견에서 “계속 (건강 상태가) 좋다면 빠르면 5일 퇴원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참모진도 “대통령의 상태가 좋다”며 우려를 불식시키는 메시지를 냈다. 정상적으로 근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코로나 홍보’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는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NBC방송이 9월 30일∼10월 1일 미 전역의 유권자 8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의 지지율은 53%로 트럼프 대통령(39%)을 14%포인트 앞섰다. TV토론 전인 지난달 13∼16일 여론조사에선 바이든 후보가 8%포인트 앞섰는데 토론 이후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로이터통신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사실이 알려진 이후인 2, 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51%의 지지율로 41%를 기록한 트럼프 대통령을 10%포인트 앞섰다. 같은 기관에서 9월 25∼29일 조사했을 때에는 9%포인트, 9월 18∼22일 조사했을 때는 8%포인트 차였던 것에 비해 격차가 늘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미국 컬럼비아대 응용통계학센터 측과 협업해 마련한 자체모델 예측치에 따르면 5일 현재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확률은 89%, 트럼프 대통령이 이길 확률은 11%로 나타났다.


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