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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와 다른 바이든의‘전략적 인내 2.0’

오바마와 다른 바이든의‘전략적 인내 2.0’

Posted July. 29, 2020 07:39,   

Updated July. 29, 2020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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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1월 퇴임을 앞두고 조 바이든 부통령에게 깜짝 선물을 줬다. 8년을 함께한 그에게 미국 대통령이 세계평화 등에 공헌한 미국인에게 주는 최고의 상인 ‘자유 메달’을 직접 수여한 것. “바이든은 나를 더 나은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오바마 특유의 감성적 발언에 바이든은 눈물까지 흘렸다.

 그러나 오바마는 정작 바이든이 지난해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자 만류했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74)의 재선을 막기 위해 바이든(78)보다는 젊은 정치인이 나서 새바람을 일으키길 기대했다는 것. 오바마는 4월에야 바이든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그런 바이든에게 요즘 대망론이 솔솔 불고 있다. 대선을 100일도 안 남겼는데 트럼프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두 자릿수까지 벌인 것. 물론 트럼프의 숨은 지지층인 ‘샤이 트럼퍼’ 등을 고려하면 결과를 속단하긴 이르다. 하지만 코로나발(發) 경제 악재에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경고등이 켜진 것은 분명하다.

 우리로서는 미 대선을 바라보는 셈법이 복잡해졌다. 무엇보다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바이든이 집권한다면 어떻게 달라질지가 관심사다.

 바이든은 1월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아무 조건 없이 만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조건 없이 만나줘 체제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제재를 약화시켰다”고 했다. 지난해 11월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전략에 대해 “이 거칠고 험난한 외교에 대해 아무런 전략도, 인내심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까닭에 바이든이 당선된다면 오바마가 북한에 대해 펼쳤던 ‘전략적 인내’가 재현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이 당선되면 ‘오바마와 4년 더’인 셈”이라고 했다.

 그러나 북한이 변화할 때까지 제재로 압박하는 ‘전략적 인내’ 카드를 바이든이 다시 꺼낸다고 해도 오바마 때와 똑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북한을 옥죄는 제재 카드가 한층 강력해졌다. 북한이 하노이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과 맞바꿔 해제를 요구했던 유엔 안보리의 핵심 제재 5개는 모두 2016년 3월 이후 결의된 것으로, 실질적 제재 효과는 모두 트럼프 정부 들어 발휘된 것들이다. 이들 제재는 철광석과 수산물 등 북한의 주요 수출을 원천 봉쇄하고 북한 해외 노동자들을 모두 귀환시키는 등 평양의 달러 줄을 끊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 바이든은 제재로 북한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중국과의 공조를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그런 기류도 비치고 있다. 그의 선거캠프 홈페이지엔 “동맹국은 물론이고 중국과의 공조를 통해 조율된 대북 캠페인을 펼칠 것”이라고 돼 있다. 바이든은 1월엔 “중국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북핵 해결의 ‘열쇠’가 중국이란 바이든의 인식은 비교적 오래된 것이다. 그는 부통령 때인 2013년 12월 김 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의 실각설이 돌자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 대북 압박 및 공조를 강조한 바 있다. 그런 바이든은 2016년 한 방송 인터뷰에선 “시 주석에게 ‘북핵을 그대로 놔뒀다간 일본이 핵무장을 하게 된다’ ‘일본은 하룻밤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중국이 북핵 문제에 협조하지 않으면 동북아에서 일본을 필두로 한 핵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대놓고 중국을 압박한 것이다.

 문제는 바이든의 이런 철저한 제재 공조 포석엔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는 점이다. 바이든은 지난해 12월 미 외교협회 인터뷰에서 “미국은 아시아 국가, 그중에서 특별히 한국과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며 한국을 콕 짚어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무시’를 비판하면서 나온 말이지만 한국과의 연대 강화에서 1순위는 대북 정책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최근 북-미 협상과 별개로 독자적 남북 협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바이든의 대북 인식과 거리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벌써부터 외교가에서는 나온다. 바이든이 당선된다면 북핵 해법과 관련된 한미 간 이견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정부는 경청할 필요가 있다.


황인찬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