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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가진 자 징벌’ 세제개편...조세균형 흔드는 ‘稅金정치’

‘더 가진 자 징벌’ 세제개편...조세균형 흔드는 ‘稅金정치’

Posted July. 23, 2020 07:49,   

Updated July. 23, 2020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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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어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내년도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인상해 부유층 세금을 늘리고 소규모 자영업자 세부담을 줄이는 전형적 ‘부자증세, 서민감세’다. 압도적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과 협의까지 마쳐 대부분 그대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의 ‘깜짝 카드’는 소득세율 인상이다. 10억원 초과 구간을 만들어 기존 42%보다 3%포인트 높은 45% 세율을 매긴다. 1만6000명 정도가 매년 9000억 원의 세금을 더 내게 된다. 2017년에 최고세율을 40%에서 42%로 올린 문재인 정부는 ‘임기 중 두 번 소득세 인상’이란 드문 기록을 세우게 됐다.

 종합부동산세는 1주택자 세율이 0.1∼0.3%포인트 오르고 3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최고세율은 최고 6.0%까지 높아졌다. 내년 6월부터 집을 파는 다주택자는 최고 75%의 징벌적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반면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대상자 기준을 연매출 8000만 원으로 높여 약 23만 명의 사업자에게 5000억 원의 세금을 깎아주기로 했다. 간이과세 대상 확대는 세원투명성 확대 원칙에 어긋나 오랫동안 세정당국이 반대해온 것이지만 여권의 강한 요구로 개편안에 포함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제동을 건대로 주식거래 수익 양도소득세는 2023년으로 부과를 미루고 증권거래세 인하는 1년 앞당겨 2021년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여권 지지층에 포함될 수 있는 계층의 불만을 살 요소는 최대한 없애고 ‘더 가진 자’에 대해선 가능한 최대치로 세금 부담을 늘리겠다는 의도가 역력히 드러나는 개편안이다.

 근로소득세의 80%정도를 부담해온 상위 10% 고소득층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여전히 40%가량의 근로자는 소득세를 내지 않아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의 반대로 가고 있다. 세율인상으로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한국의 실제 소득세 최고세율은 49.5%로 늘면서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7위가 됐다.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특히 소득세율 인상안은 막판에 여권의 요청을 받아 끼워 넣었다고 한다.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지지도가 급락하자 ‘가진 자 vs. 안 가진 자’ 구도를 강화하는 세제개편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여러 정권이 정치적 이유로 세제를 고쳤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이념적 의도를 담아 국가의 근간인 세제를 바꾼 적은 없었다. 정치논리가 조세제도의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