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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몸을 지탱하는 약’이란 걸 깨달았죠”

“음식은 ‘몸을 지탱하는 약’이란 걸 깨달았죠”

Posted July. 08, 2020 07:58,   

Updated July. 08, 2020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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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릇에 담은 음식 위에 고명을 올리는 까닭이 뭘까. 대체로 그저 장식으로 여겨 젓가락으로 무심히 흩어내기 마련이다. 사찰음식 경험담을 모은 신간 에세이집 ‘스님과의 브런치’(나무옆의자·사진)의 작가 반지현 씨는 “고명은 ‘아무도 손대지 않은, 오로지 당신을 위해 준비한 음식’임을 나타내는 표식”이라고 했다.

 “어렸을 때 엄마가 오므라이스를 해주신 날엔 작지만 특별한 의식이 있었다. 밥을 덮은 매끈한 달걀옷 위에 엄마는 케첩으로 우리 남매의 이름을 써주셨다. 엄마가 오직 나를 위해 준비한 음식. 내 인생 최초의 고명이었다.”

 반 씨는 3년 전 우연히 사찰요리를 접한 뒤 그 매력에 빠져 승려들을 찾아다니며 음식에 대해 배움을 청했다.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흔히 고기를 쓰지 않아 맛이 없을 거라고 오해하지만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맛있게 끌어내 누구나 속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요리가 사찰음식”이라고 말했다.

 “원래도 육식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는데 생명을 중시하는 가르침을 함께 배운 덕분에 저절로 식습관도 바뀌었다. 맛집 탐방에 열중하던 습관이 없어지고 음식의 재료를 어떻게 다루는지 살피게 된 것도 사찰음식 덕분에 얻은 변화다.”

 사찰음식에 대한 찬사나 경외로 책을 채우지 않았다. 구체적인 조리법 정보도 생략했다. 배움을 통해 스스로 만들어 맛본 요리들에 대한 생각을 친구에게 들려주듯 적었다.

 “스님들 중 누구도 ‘실패했네, 맛없네’ 하는 분이 없었다. 밑바닥 탄 전병을 보고는 ‘바싹 구워져 노릇하다’고 하셨다. 원인과 까닭에 대해 그토록 집요하면서 결과에 대해 너그럽다니. 한참 지나고 나서 이유를 알았다. 음식은 ‘몸을 지탱하는 약’이지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는 것. 혀의 즐거움이 아니라 몸의 편안함을 맨 앞에 두므로 ‘왜’를 묻고 따질 수밖에 없다는 것.”


손택균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