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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형의 막말

Posted April. 01, 2016 07:29,   

Updated April. 01, 2016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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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말은 때로 쌍욕보다 더 듣는 이를 고통스럽게 한다. 자신의 우위를 과시하려고 상대의 약점을 찌르기 때문에 비겁하기까지 하다. 막말 하는 사람은 자기가 한 말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특성도 있다. 이런 건망증 때문에 막말은 종종 “내가 언제?”라는 진실 게임으로 번지곤 하지만, 정보기술(IT) 세상인 요즘 모든 게 기록으로 남기에 오리발도 소용이 없다.

 ▷70대인 새누리당 강봉균 선대위원장을 겨냥한 더불어민주당 주진형 국민경제상황실 대변인의 노인 폄훼성 막말로 시끄럽다. 주 대변인은 “집에 앉은 노인을 불러다가” “놀고 있는 분 모셔다가 얼굴 마담으로 쓰는 것” “나름 인격적으로 이상한 분은 아닌 걸로 아는데 노년에 조금 안타깝다”고 했다. 술자리도 아닌 국회 브리핑에서 버젓이 인격모독 막말을 쏟아낸 정신상태가 의심스럽다. 더구나 자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76)가 강 위원장보다 네 살 더 많으니 누워 침 뱉기다.

 ▷한화증권 사장 출신인 주 대변인은 올 2월 김 대표가 영입해 정치에 입문했다. 증권업계에 몸담고 있을 때부터 거침없는 언행으로 자주 구설에 올랐다. ‘돈키호테’ ‘미스터 쓴소리’라고 불렸다.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아직도 더민주당은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질타해 바른말을 하는 사람으로 잠시 유명해졌다. 아무리 거침없이 말하기가 ‘특기’라 해도 바른말과 막말은 구별해야 하지 않을까.

 ▷정동영 전 의원은 17대 총선 때 “60, 70대 노인분들은 투표 안 하고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했다가 지금도 ‘노인 폄훼 발언의 원조’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19대 총선 때는 김용민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가 “노인네들이 시청에서 시위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시청역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를 모두 없애면 된다”고 말한 데다 7년 전 인터넷 방송에서 한 막말까지 폭로되면서 선거에 악영향을 끼쳤다. 서울대 박원호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당시 민주당 후보 지지 이탈자의 32%가 김용민 막말 파문을 이유로 꼽았다고 한다. 원래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만드는 법이다.

홍 수 용 논설위원 legman@donga.com



이진녕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