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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브루클린 '덤보'...서울엔 성수동

Posted March. 14, 2015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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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수동에는 러스티드 아이언 인 덤보란 카페가 있다. 카페 주인은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맨해튼다리 아래 지역을 가리키는 덤보(DumboDown Under the Manhattan Bridge Overpass)란 말에서 이름을 따왔다. 미국의 덤보도 낡은 공장과 창고를 갤러리로 개조해 문화지역으로 변모한 곳이다.

성수동에서 진행 중인 도심 재생은 세계 각국의 주요 도시에서 이미 여러 차례 일어난 현상이다. 낡은 기차 차고를 개조해 만든 프랑스 파리의 라 알프레시네에서는 장 폴 고티에와 지방시 랑방 등의 패션쇼가 열린다. 냉전시대에 무기공장과 창고 밀집지역이던 중국 베이징()의 798 예술구도 지금은 갤러리들이 들어선 문화지대로 꼽힌다.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갤러리는 화력발전소가 대형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일제강점기 성수동 일대에는 대형 창고들이 들어섰다. 김영규 성동구 자치행정과 마을공동체팀장은 예전에는 뚝섬나루터에 한강변과 중랑천에서 운반되는 농산물과 목재를 보관하던 창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1960년대 준공업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성수동은 본격적인 공장지대로 변했다. 1960년대의 철공장과 염색공장, 도금공장을 시작으로 1970년대에는 가발공장이, 1980년대에는 봉제공장이 차례로 들어섰다. 1990년대 들어서는 구두공장과 인쇄업체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성수동의 제조업은 2000년대 들어 경쟁력을 잃으며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5년 서울시가 성수동에 서울숲을 조성하며 유동인구가 늘기 시작했다. 한 채에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며 유명해졌고, 서울숲 주변에 현대자동차 본사가 들어서고 뉴타운 사업까지 진행된다는 풍문이 돌면서 땅값이 급등하기도 했다. 결국 이 사업들이 무산되고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겹치자 성수동 개발붐은 주춤하게 됐다.

이는 성수동 일대에 의도치 않은 활력을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편리한 교통에 비해 싼 임차료 덕에 카페와 디자이너 작업실, 사회적 기업 등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성수동 사람들은 임차료 걱정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 한 카페 주인은 건물주가 임대료 인상을 요구해 또 다른 지역으로 밀려날까 걱정이라며 성수동 특유의 문화 생태계가 지켜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