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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아파트도 2층까지만 수돗물..전기 하루 4시간 공급

평양 아파트도 2층까지만 수돗물..전기 하루 4시간 공급

Posted March. 18, 2014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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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와 단절된 북한 사회지만 내부에서는 자본주의적 요소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동아일보와 아사히신문이 만난 탈북자들에게선 북한 사회의 변화를 짚어낼 수 있는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탈북자들은 북한 최고의 직업으로 러시아 벌목공, 중국 콩 농장 인부 등 해외 근로자들이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과거 선망의 직업이던 의사나 교원 대신 이런 직업은 돈을 잘 번다는 이유로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는 것이다.

2012년 7월 탈북한 박금주 씨(42여)는 러시아나 중국에서 2년 정도 일하고 온 사람들은 동네 주민들이 모두 부러워 할 정도로 잘살았다고 말했다. 해외 근로자들은 월급 중 70% 정도를 정부에 빼앗긴다고 한다. 하지만 나머지 30% 정도만 해도 북한에선 큰돈이다. 러시아 벌목공들은 본국에 돌아와 TV 냉장고 옷장을 구입하고도 장사 밑천까지 남겼다. 북한의 일반 근로자들로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이다.

이런 직업을 얻는 게 쉽지는 않다. 박 씨는 벌목공이 되려면 당원이어야 하고 36세 이하라는 나이 제한도 있다. 자녀 모두를 외국으로 데려가지 못한다는 규제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의사나 교원도 아직까지는 인기 있는 직업이지만 의사들도 장마당에 나와야 먹고살 수 있는 게 현재의 실정이라고 한다.

북한 장마당에서 쌀 1kg은 북한 돈 2500원에 거래된다. 뇌물용으로 쓰는 일명 고양이 담배는 한 갑에 1200원, 항생제인 페니실린은 1000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탈북자들은 북한 장마당에는 중국쌀, 북한쌀 그리고 호남쌀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쌀을 비롯해 없는 것이 없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수입된 화장품까지도 거래될 정도다. 물론 한국산 브랜드임을 표시하는 상표는 지운다.

북한의 교육도 말이 무상교육이지 모든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교과서 교복 학용품을 모두 자신이 챙겨야 한다. 의료비도 자기 부담이다. 일선 시도 병원에는 기본적인 항생제나 거즈가 배급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병자들은 장마당에서 각종 약품을 구입해 병원으로 가져가곤 한다. 페니실린의 국정가격은 38원60전이지만 시장가격은 1000원. 시도 약품관리소장이 시장 상인에게 700800원에 팔아 착복하는 일이 다반사다. 따라서 탈북자들은 치료받기 위해 북한 장마당에서 항생제 붕대 마스크 반창고 주사기 등을 구입해야 한다.

전기와 물 사정도 어렵다. 매일 샤워를 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며 보름에 한 번 정도 목욕을 한다. 수돗물도 오전 5시부터 6시 30분 사이 1시간 반가량만 나오기 때문에 물을 받아둔 뒤 사용한다. 물을 뜨겁게 데워야 하는 겨울엔 샤워나 목욕을 한다는 게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평양의 고급 아파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에는 재래식 공동 화장실이 있다. 아파트라고 해서 각 집에 화장실이 제대로 갖춰진 게 아니어서 아침마다 주민들이 공동 화장실에 길게 줄을 서야 한다.

평양에서 10년을 거주한 재일교포 탈북자 김석규 씨는 평양의 간부 등 엘리트가 사는 집을 가도 대한민국 같은 중앙 가스난방 시스템을 갖춘 곳이 없다. 가스레인지로 밥을 짓는 일은 거의 없고 대부분 조그마한 아궁이에 밥을 짓는다고 말했다.

전기도 공휴일, 명절에나 제대로 공급되기 때문에 평소 TV나 DVD를 보는 게 쉽지 않다. 일부는 뇌물을 주고 기업소에 공급되는 전기를 자택으로 연결하기도 한다. 평양의 사정도 그리 다르지 않다. 김 씨는 중앙당 간부들이 거주하는 평양의 중구역을 빼고는 시간제로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만 전기가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양 광복거리 등 고층 아파트가 보기에는 멋있지만 사실은 날림으로 지은 것이어서 2층까지만 물이 공급된다. 그 위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계단으로 내려와 물을 길어야 한다고 전했다.

늦잠을 잘 수 있는 자유도 없다. 기상 시간은 여름에는 보통 오전 5시, 겨울에는 6시 30분. 눈이 오면 더 일찍 일어나 눈을 치워야 한다. 제설 작업은 보통 1시간 30분 정도 이뤄진다. 한 탈북자는 늦잠을 자려고 해도 종을 쳐 사람을 깨우고 인민반장이 사람들을 모아 아침부터 교육을 했다고 밝혔다.

여성에 대한 외모 간섭도 심하다. 북송 교포의 손녀로 2006년 탈북한 뒤 일본에 살고 있는 20대 여성은 북한에서는 여성들의 머리가 흑발이어야 하고 너무 짧아도 안 된다. 원래 갈색 머리인 나는 길거리에서 종종 주의를 받았다. 귀고리와 반지 때문에 시비를 거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신분에 따른 이중 잣대도 적용된다. 북송 교포의 자녀로 2000년 초 탈북해 일본에 살고 있는 30대 남성 가네다() 씨는 경찰 고위 간부인 친구 아버지가 김정일로부터 미국산 담배와 고급 통조림을 선물 받은 것을 알고 충격에 빠졌다. 서민들에게는 미국을 적이라고 가르치고 미국산 물건을 갖고 있으면 체포하면서도 고급 간부들은 미국산 제품을 쓰면서 윤택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100% 지지 결과를 두고 논란을 벌였던 것은 새로운 일도 아니었다. 도쿄()에 거주하는 탈북자 가와사키 에이코(71여) 씨는 북한의 선거가 가장 이상했다고 회고했다. 1개 선거구에 후보자는 반드시 1명이었다. 투표율 100%에 득표율도 100%다. 투표소 모퉁이에는 감시원이 있어 반대에 해당하는 를 쓴 주민을 현장에서 체포한다. 그리곤 곧바로 수용소로 보낸다. 그게 북한식 투표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