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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흘째 침묵이산상봉 또 무산되나

Posted January. 30, 2014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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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기약 없는 침묵 때문에 잔뜩 기대했던 이산가족 상봉 행사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행사(다음 달 1722일) 준비를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29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갖자는 한국 정부의 제안(27일)에 29일에도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정부가 계획했던 실무접촉이 무산됨에 따라 상봉행사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아예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정부는 이날 북한에 화답을 촉구하는 전화통지문을 발송했다. 대한적십자사 총재 명의로 발송된 전통문에서 북측이 우리의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 제안을 수용하고도 상봉행사 준비에 불분명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이 전통문만 접수한 채 여전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인도적 문제인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한 어느 쪽도 먼저 무산시키기 부담스러운 이슈다. 그럼에도 북한이 답변에 시간을 끄는 것은 그만큼 상봉행사를 치를 준비가 안 돼 있음을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김정일 생일(2월 16일) 기념에 역량을 총결집해야 하는 북한으로선 그 다음 날(17일) 상봉행사를 바로 할 여력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2010년 이후 상봉행사가 중단됐고 추석이 아닌 설에 이뤄지는 이례적인 겨울 상봉이어서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상봉 대상 가족을 평양에 불러 모아 한 달 이상 집체교육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장성택의 전격 처형과 그 후 숙청으로 이른바 대남 일꾼이 줄어든 것도 상봉 준비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상봉 시기를 다음 달 하순으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연습 기간과 겹치게 하면서 상봉 기간 중 군사연습의 일시 중단 등을 주장하는 꼼수를 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을 방문한 글린 데이비스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는 29일 지난 60년간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이 지속된 것은 어떤 급변 사태에도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한미 군사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방어적 목적의 한미 군사훈련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한미 군사훈련 중단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