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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의 힘 포인트 안무

Posted April. 16, 2013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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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의 초기 반응은 여러 면에서 강남스타일 열풍 때와 비슷한 양상을 띤다. 뮤직비디오를 본 누리꾼의 반응을 담은 영상인 리액션 비디오가 속속 업로드되고 있다. 패러디 영상도 쏟아진다. 이런 열광에는 케이팝이 가진 포인트 안무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510인으로 화면을 꽉 채우는 포인트 안무

패러디의 주요 표적은 젠틀맨 인기의 일등공신인 시건방춤이다. 강남스타일 열풍이 말춤과 맞물렸던 것과 같다. 시건방춤은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가 2009년 발표 때부터 전자음향 반복악절에 맞춰 골반을 흔드는 포인트 안무로 큰 인기를 끌었다. 포인트 안무란 후렴구에 등장해 아이돌 그룹의 군무에 확실한 각인 포인트를 심어주는 부분 안무를 말한다. 말춤과 시건방춤 모두 케이팝식 포인트 안무의 결정판인 셈이다. 원더걸스의 텔미와 노바디,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 티아라의 보핍보핍, 소녀시대의 훗 등 케이팝의 유별난 특징인 포인트 안무는 그동안 세계인의 다리와 골반을 바쁘게 만들어왔다. 포인트 안무의 조상은 국민체조다. 누구나 따라 출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율동의 성격이 담겨야 한다. 팔다리를 쭉쭉 뻗거나 애교스럽게 동동 구르는 형태가 많다.

쉬운 게 다는 아니다. 해당 그룹의 매력과 노래의 가사 및 악곡적 특성이 잘 드러나야 한다. 두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포인트 안무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케이팝 안무를 만드는 안무단 중에서도 곡 전반의 안무를 잘 만드는 안무팀과 포인트 안무를 잘 만들어 히트와 직결시키는 안무팀으로 나뉜다. 지난해 신인 걸그룹 데뷔를 준비했던 한 소형 기획사 대표는 포인트 안무에 강한 팀을 수소문해 적잖은 금액을 주고 안무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중개 창구도 없고 저작권 개념도 희미해

안무 비용은 가수가 아닌 안무가의 수준에 따라 책정된다. 케이팝 안무를 전담하는 안무팀들은 특정한 곡의 안무 동작과 동선을 가리키는 시안 한 건에 300만500만 원을 받는다. 안무가의 지명도에 따라 건당 1000만 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시안비는 보통 한 번 지불되면 그걸로 끝난다. 작사작곡처럼 노래가 소비될 때마다 받는 저작권 개념이 아직 정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포인트 안무는 케이팝의 인기로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지만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해외 주문도 들어오지만 성사되는 일은 거의 없다. 중개해주는 단체나 개인이 없기 때문이다. 한 안무단의 관계자는 해외 음반사가 좋은 안무를 보고 제작을 의뢰하고 싶어도 어디에다 연락해야 할지 몰라 애를 먹는다. 케이팝 안무가들은 역량에 비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희윤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