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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1.5배만큼 유리 깼다 1인치당 마의 300ppi 깼다

축구장 1.5배만큼 유리 깼다 1인치당 마의 300ppi 깼다

Posted December. 02, 2011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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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프로젝트 팀원들이 세운 목표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아몰레드(AMOLED) 화면 1인치 안에 구멍 300개 이상 뚫기였다. 아몰레드에선 구멍을 많이 뚫으면 뚫을수록 색을 나타내는 화소(픽셀) 수가 많아진다.

아몰레드를 쓰는 갤럭시S2의 가로세로 1인치당 화소 수(ppi)는 217개였다. 액정표시장치(LCD)를 쓰는 아이폰4는 326개가 들어간다. 아몰레드는 자연색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게 장점이지만 화소 수로만 따지면 아이폰에 밀렸다. 아직 아몰레드 기술 자체가 신생이다 보니 LCD에 비해 화면에 미세한 점을 촘촘히 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도 수년 내에 아몰레드 가로세로 1인치 면적에 화소 300개 이상을 집어넣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LG디스플레이 권영수 사장도 7월 기자들과 만나 현 기술로는 수년 내에 아몰레드에서 270ppi는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잡스가 만든 300대 허들을 넘어라

업계의 전망은 달리 팀을 더 자극했다. 회로 설계를 맡은 이중호 책임연구원은 아몰레드에서 300ppi는 불가능하다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이를 반드시 극복하겠다고 결심하며 이를 악물었다고 말했다.

사실 300ppi가 갑자기 스마트폰 화면의 표준처럼 된 이유는 고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에게 있다. 피사체와 30cm 떨어진 거리에서 인간의 눈이 인지할 수 있는 한계를 300ppi로 본다. 잡스는 지난해 6월 300ppi를 넘긴 아이폰4의 화면을 레티나(망막) 디스플레이라고 불렀다.

해상도로도 아이폰을 뛰어넘기 위해 달리 프로젝트 팀원 10여 명은 유리판을 수도 없기 깨뜨렸다. 아몰레드는 유리판 위에 구멍이 뚫린 마스크란 얇은 판을 붙인 뒤 그 구멍에 색깔을 내는 자체발광 물질을 집어넣어 만든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작은 구멍이 곧 화소 하나가 된다.

그런데 이 마스크가 두꺼우면 자체발광 물질이 구멍을 통과하느라 유리판에 잘 안 묻고, 너무 얇으면 구멍을 많이 뚫을 때 휘어져 버렸다. 또 유리기판과 마스크가 제대로 안 붙으면 색깔이 혼합돼 이상해지기도 했다.

김현철 책임연구원은 개발 기간에 양산 라인에서 샘플 테스트와 공정 개선을 연구하면서 아까워도 완벽한 제품이 아니면 가차 없이 깨뜨렸다며 버려진 유리기판을 면적으로 환산하면 약 6600m에 이른다고 말했다. 6600m는 축구장(45m105m 기준)의 1.5배에 이르는 넓이다.

스마트폰에서도 HD 영상을

그들은 밤을 새우고 또 새웠다. 하다못해 팀원의 결혼식에도 팀 대표 1명만 참석했다. 결국 개발팀은 새로운 소재를 이용해 마스크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다. 마스크와 디스플레이를 딱 달라붙게 하면서 미세한 300개 이상의 구멍을 뚫어낸 것이다. 결국 갤럭시 넥서스에 들어갈 4.65인치 화면에 316ppi를 성공하면서 전체 화소 수가 1280720이 됐다. 아이폰4보다 해상도가 높아진 HD 아몰레드 플러스가 만들어진 것이다.

TV야 4050인치 대화면이라 여기에 고화질(HD) 화소급인 가로줄에 1280개 화소, 세로줄에 720개 화소를 심는 게 어렵지 않지만 스마트폰은 HD급을 표현하려면 얼마나 촘촘하게 화소를 심는지가 중요하다. 이 책임연구원은 갤럭시 넥서스 화면에서 화소 간 거리는 머리카락 굵기의 5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사실 지금도 스마트폰의 화질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화소 수가 늘어나도 화소 하나당 들어가는 색의 수가 다르다, 자연색의 기준이 무엇이냐 등을 놓고 아몰레드 진영과 LCD 진영의 논쟁이 거세다. 이희철 연구원은 비판을 들을 때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결국 소비자들이 알아봐 줄 것을 믿는다며 소중히 만든 만큼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막 떨어뜨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김현수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