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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 매출 가을의 반란 트랜스포머 패션 유행

선글라스 매출 가을의 반란 트랜스포머 패션 유행

Posted November. 26, 2011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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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식품 매장엔 말리거나 얼리거나 갈아 만든 가공식품이 대세다. 한반도 일대의 수온 변화, 예측할 수 없는 강우량 등으로 농수산물의 수요 및 공급을 예측하기 어려워지자 대안으로 등장한 상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몇 년 사이 날씨가 극단적이고 변덕스러운 양상을 보이면서 상품을 미리 기획하기 어려워져 날씨 리스크에 대처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떼었다 붙였다 트랜스포머 패션

롯데백화점의 아웃도어 선임상품기획자인 강우진 과장은 얼마 전까지 밤잠을 설칠 정도로 마음고생을 했다. 최근 5년간 백화점 효자상품이었던 아웃도어의 매출 성장세가 갑자기 마이너스()로 돌아섰기 때문. 이달 18일 아웃도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감소했다.

이는 모두 날씨 탓이었다. 올 5월 강 과장은 지난해 일찌감치 한파가 시작되면서 오리털 점퍼가 11월에 매진된 기억을 떠올렸다. 주요 업체들과 상의해 물량을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렸다. 하지만 이달 들어 19일까지 서울시의 평균 기온은 13.6도로 지난해보다 7.6도나 높았고 두꺼운 외투를 찾는 수요는 실종됐다. 판매율은 20%가량 줄었다.

그러나 20일 이후 극적인 반전이 시작됐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20일부터 25일까지 매출이 1년 전보다 75% 늘어난 것이다. 이 기간 서울의 평균 기온은 2.6도로 지난해 7.8도를 크게 밑돌았다. 강 과장은 이처럼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장기 수요예측이 힘들어지면서 100% 미리 기획해 물량을 생산하던 데에서 날씨에 따라 탄력적으로 생산하는 반응생산으로 정책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반응생산 비율이 높아지자 인건비가 싼 제3국에 생산을 맡기던 업체들이 국내 생산물량을 늘리는 흐름도 포착되고 있다. 영캐주얼 A브랜드 관계자는 제3국에서 기획생산을 하던 때보다 이익률은 줄었지만 효율적인 판매가 가능해져 전체적으로 이익이라고 말했다. 여성복 B브랜드 측도 주로 중국에서 생산을 해와 국내에 주 거래처가 없다보니 빨리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웃돈을 내고 공장을 섭외하고 있다고 전했다.

25일 찾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여성복 매장에는 트랜스포머 아이템이 대거 진열돼 있었다. 며칠 새, 또는 밤낮으로 달라지는 날씨에 맞춰 소매나 안감을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제품들이다. 올여름 폭우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에이글의 레인부츠는 따뜻한 폴리에스테르 소재로 만든 니삭스를 탈부착할 수 있게 돼있다. 올가을 처음 선보인 LG패션 마에스트로의 트랜스포머 재킷은 판매 호조로 이달 말 추가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국내에 대거 수입된 레인부츠 브랜드는 폭우가 집중된 올 68월 대박이 났다. LG패션이 수입 판매하는 레인부츠 브랜드 헌터는 전년 대비 매출이 3.5배 늘었다. 최규영 LG패션 수입사업부 차장은 동남아시아형 아열대성 기후로 변해가는 국내 날씨 상황을 고려해 레인부츠 수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는 국내뿐 아니라 명품 브랜드의 컬렉션에도 반영되고 있다. 이번 시즌을 겨냥해 열린 버버리의 패션쇼 피날레에서는 눈과 비가 내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패션트렌드컨설팅업체인 PFIN 이정민 이사는 이번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럭셔리 브랜드들이 기후변화를 경고하거나 기후변화를 반영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화장품 업계도 날씨를 제품 개발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기기 시작했다. LG생활건강은 매년 한파가 지속되면서 여성들이 주로 건조한 실내에서 보내게 된 생활 패턴을 고려해 수시로 바를 수 있는 보습에센스 숨 A타임 에센스를 개발했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관계자는 극저온 환경인 북극해에서 서식하는 해조류 성분을 활용해 피부를 추위로부터 지켜주는 제품을 개발했다고 전했다.

냉동, 건조, 발효식품 늘어

대형마트와 백화점 식품관에서는 말리거나 얼린 가공식품의 비중이 최근 2년 새 크게 늘었다. 이상기온으로 농산물 수확량이 일정치 않아졌고 이로 인해 물량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생산이 집중되는 수확기에 최대한 물량을 확보한 뒤 가공한 상품을 대체제로 내세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의 올해 냉동과일 매출은 이달 25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1.5% 늘었다. 같은 기간 건과일은 26.4%, 건채소는 22.7% 매출이 증가했다. 건채소를 모아놓은 간편 건채소 상품은 수요가 늘면서 매출이 32배까지 치솟기도 했다.

두부와 냉장 생과일주스 등의 판매량도 늘었다. 두부는 생선이 한반도 일대 수온 변화 등으로 어획량이 크게 줄면서 가격이 상승하자 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는 대체제로 꼽혀 매출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5일 현재 홈플러스의 두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 성장했다. 봄철 냉해와 여름철 긴 장마로 과일의 작황 상태가 나빠지면서 지난해 전년 대비 0.7%에 그친 냉장주스의 매출 신장률이 올해는 10.7%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현진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