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민간기업 87% 가족친화 경영 미흡

건설회사에 다니는 송모 씨(31)는 최근 둘째 아이를 가지려던 계획을 접었다. 송 씨는 직장 회식 자리에서 속이 더부룩한 것이 둘째가 들어섰나라고 농담을 했다가 부장에게서 회사 그만둬야겠네라는 말을 들었던 것. 송 씨는 출산휴가 후 한직으로 발령 난 선배가 있다며 승진을 앞둔 시점이라 임신을 미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대부분이 여전히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 어려운 문화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가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 의뢰해 공공기관 민간기업 1202곳을 상대로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간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53곳(87.6%)이 총 5단계인 가족친화지수에서 4등급(기본)과 5등급(미흡)을 받았다.

가족친화지수는 여성가족부가 2006년 개발한 것으로 탄력근무제 가족친화문화 조성 자녀출산양육 및 교육지원 제도 부양가족 지원제 근로자 지원제 등 5개 항목을 분석해 100점 만점으로 산출한다.

전체 공공기관민간기업의 가족친화지수는 평균 49.2점이었다. 광역자치단체가 85.9점으로 가장 높았고 정부 부처(75.5점), 기초자치단체(67.8점), 공공기관(58.3점)이 뒤를 이었다. 상장법인은 45.2점으로 공공부문에 비해 점수가 낮았다. 가족친화지수 등급에서 가장 높은 매우 우수에 해당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가족친화지수와 기업경영 성과의 연관성도 높았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상위 기업 20%의 가족친화지수가 하위 기업 20%보다 22.3점이나 높았다.

우경임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