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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위기인데 재산권까지 위협 기 막혀

Posted March. 24, 201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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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이 다시 열리기만을 20개월 넘게 기다렸는데 이젠 재산권까지 위협받고 있다니. 기가 막힙니다.

25일 두 달 만에 북한 땅을 밟는 안교식 일연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의 마음은 한없이 무겁다. 그는 경영진의 능력이 아닌 외부 조건에 의해 기업이 흔들리는 현실에 무력감만 느낀다고 했다.

금강산 관광지구 내 부동산을 소유한 남측 사업자들이 25일 방북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자산을 몰수하겠다는 북한 측의 일방적인 발표에 따라 안 대표는 현대아산 협력업체 관계자들과 이날 오전 방북하기로 했다. 그는 2003년부터 금강산 관광사업을 시작해 현지에 호텔(금강패밀리비치호텔사진)과 횟집을 지은 사업가로, 현대아산 협력업체 모임인 금강산기업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안 대표는 2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세상을 떠난 금강산기업협의회 소속업체 C사 대표의 사망 소식부터 전했다. C사 대표는 사업 중단으로 사실상 부도에 몰리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55세였다.

일연인베스트먼트의 경영 상황도 C사처럼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안 대표는 금강패밀리비치호텔(134억 원) 및 부대시설 건설비 등을 합쳐 금강산 관광사업에만 총 147억 원을 투자했지만, 관광 중단으로 현재까지 60억 원의 적자만 쌓였다. 2007년 초까지 관광객이 늘면서 적자가 약간 메워지는 듯 했지만 박왕자 씨 피격 사망 사건으로 결정타를 입었다.

이에 따라 일연인베스트먼트의 직원 수는 금강산호텔에만 북측 인원까지 총 119명이 있었지만 현재는 3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남측 지원 인력도 15명에서 4명으로 축소된 상황이다. 이 회사 김래현 이사는 금강산기업협의회 소속사 대부분이 사실상 부도 상태에 처해 있다며 하지만 자산이 모두 북한에 묶여 있어 부도를 내고 싶어도 낼 수가 없다고 했다.

안 대표는 25일 방북 조사와 관련해 여러 선례나 최근 북한의 행동 등을 감안할 때 단순한 협박에 그칠 것 같진 않다며 최악의 경우 투자액 일부만 보상해 주고 자산을 몰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중국 여행사가 개성과 금강산을 잇는 엿새짜리 관광 상품을 내놓은 것도 북한이 기존 사업권을 철회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현대아산의 관광대가 미지급분 4억 달러를 언급하면서 자산 동결의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부동산 동결, 체류 인원 철수, 기존 계약 파기, 새로운 사업자 선정 등의 순으로 북측이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선 북측의 자산 몰수나 독점 사업권 폐지는 현실적 여건상 힘들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편 현대아산은 25일 방북 소집에 현대아산과 협력업체, 한국관광공사, 에머슨퍼시픽(골프장) 등 총 33개사에서 52명이 참석키로 했다고 23일 발표했다. 현대아산과 협력업체 관계자 48명은 이날 오전 통일부에 방북 신청을 마쳤다.

이들은 25일 오전 서울에서 함께 버스를 타고 강원 고성군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오전 9시 40분경 통과할 예정이다. 관광공사 측은 따로 하루 전인 24일 북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사실상 방북단을 이끌 현대아산 측 대표로는 심상진 금강산사업소장(상무)이 결정됐다.



김상운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