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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소니 다시 손잡는다

Posted January. 13, 2010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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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니와 삼성전자가 합작법인인 S-LCD에 30억 달러(약 3조45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최지성 사장과 이재용 부사장, 장원기 S-LCD 사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박람회 CES 2010에서 소니 전시장을 찾아 하워드 스트링어 소니 회장과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 이 직후 소니의 2인자인 요시오카 히로시 부사장과 장 사장은 곧바로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갔고 최종적으로 30억 달러 투자를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소니 협력의 원상복귀

삼성전자와 소니는 안정적인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급을 위해 2004년 공동으로 7세대 LCD 패널을 생산하는 합작회사 S-LCD를 세웠다. 이후 두 회사는 꾸준히 투자를 거듭하며 8세대 LCD 패널까지 생산량을 늘려왔다. 2004년 말에는 두 회사가 각각 보유한 1만여 건의 기술특허를 서로 무료로 사용하는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까지 맺으며 우호관계를 세상에 과시했다. 지난해에는 8세대 생산라인을 증설해 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차세대 생산라인에 대한 투자계획이 나오지 않아 두 회사 사이의 협력 관계가 약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소니와 삼성전자는 부품에선 협력하지만 TV 완제품 시장에선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30억40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 차세대 생산라인 투자는 삼성전자 단독으로 진행하기엔 무리가 있는 상황이었다.

이 불안한 동거는 2008년 초 소니가 S-LCD 대신 일본 샤프로부터 8세대의 다음 세대인 10세대 LCD 패널을 공급받기로 하면서 논란이 됐다. 삼성전자는 부랴부랴 두 회사 사이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가시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해 8월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모니터용 LCD 패널을 구입하기로 하면서 한국과 일본 전자업체가 이른바 국가연합을 통해 경쟁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 공동 투자를 결정하면서 양사 협력은 다시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의 경영능력 입증되나

한편 이번 삼성전자와 소니 사이의 협력관계 복원 한가운데에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있었다는 사실도 주목된다. 이 부사장은 구체적인 경영 성과를 낸 게 별로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CES 2010은 삼성 특검 이후 뒤로 물러나 있던 이 부사장이 지난해 말 COO로 경영 전면에 복귀한 뒤 나선 첫 국제무대로 볼 수 있다.

이 부사장은 이번 CES 기간에 드림웍스와 월트디즈니,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인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직접 만나 상호협력에 관해 논의했다. 또 소니의 스트링어 회장과는 이번 CES 이전에도 미국과 한국 등에서 여러 차례 만나며 관계를 다지기도 했다.

이번 소니와 삼성전자 간 협력관계의 복원은 이 부사장이 적극적으로 경영 전반을 챙기기 시작한 뒤 얻은 첫 성과여서 이 부사장의 경영 능력이 재평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훈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