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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국 고속철

Posted December. 28, 200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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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9년 5월 10일 개통한 미국 대륙횡단철도에는 중국인들의 피와 땀이 배어 있다.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에서 동쪽으로 가는 철도 건설 회사는 인력난에 시달리다 1895년 2월 중국인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만리장성을 쌓은 민족이란 점이 고려됐다. 당시 캘리포니아에는 골드러시 때문에 이주한 중국인들이 많았다. 1만2000여 명의 중국인이 최악의 난코스인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통과하는 철도 건설에 투입됐다. 건설 과정에서 숨진 중국인만 1200명이 넘었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고속철도 건설을 가속화했다. 2020년까지 약 2900억 달러를 투입해 고속철을 120km에서 1만6000km로 늘리기로 한 것. 올해 11월까지 철도에 들어간 예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7% 늘어났다. 2012년 완공될 베이징상하이 고속철에는 양쯔강 쌴샤댐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 고속철에 대한 과잉 투자 때문에 주민 복지와 생활 개선 예산이 줄고 대부분의 중국인이 소득 수준이 낮아 귀족열차라는 고속철을 이용하기 어려워 국가 재정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우한광저우 1069km 구간에서 지난 26일 시험 운행한 고속철이 사상 최고 속도인 시속 394.2km를 기록했다. 기존 철도로 10시간 걸리는 거리를 2시간46분에 주파했으니 중국 대륙이 갈수록 좁아지게 됐다. 중국은 수년 내에 베이징홍콩 구간도 고속철도로 연결해 현재 약 27시간 걸리는 것을 8시간대로 줄여 홍콩도 일일생활권으로 만든다는 야심만만한 계획도 갖고 있다.

중국은 고속철 차량 제작에는 독일 캐나다 일본 등을 참여시켰지만 노반 공사는 외국에 개방하지 않고 중국 건설사들이 독점하고 있다. 한국은 2004년 고속철 시대를 열었고 지난 4일 호남고속철 기공식도 했다. 최고 운행속도가 350km인 한국형 고속철 KTX 13도 개발했다. 하지만 고속철 건설이나 차량 수출 실적은 없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우한광저우 고속철 일부 구간의 노반 공사 감리에 참여했을 뿐이다. 녹색성장 시대에 갈수록 커질 세계 고속철 건설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할 때다.

권 순 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