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정옥근 해참총장 기념사

1999년 6월 15일 남북 해군 간의 1차 연평해전은 남쪽의 완전한 승리였다. 당시 북은 함정 6척이 침몰하거나 대파되면서 수십 명이 사망했다. 우리는 장병 11명이 다치고 함정 2척이 손상됐다. 전투 직후인 그날 오전 10시에 열린 유엔과 북의 판문점 장성급 회담에서 북측 대표는 오전 9시 15분 남조선의 선제 공격으로 전투가 벌어졌다고 핏대를 올렸다. 그러나 실제 전투는 9시 28분부터 14분간 벌어졌다. 북 대표는 실수로 원래 작전 예정시간을 말해 버린 것이다.

북의 해군사령관이 연평도 맞은편 기지에서 직접 전투를 지휘한 것도 계획적인 도발의 증거다. 625남침 이후 첫 정규전인 1차 연평해전에서 우리 해군이 크게 승리했지만 박정성 당시 2함대사령관은 인사 불이익을 당하고 승진을 못한 채 소장으로 예편했다. 반면 김정일은 패전한 서해함대사령부 8전대()에 쇠고기를 보내 격려했다. 8전대는 3년 뒤인 2002년 6월 29일 2차 연평해전을 일으켜 김정일에게 보답했다. 우리 장병 6명 사망, 19명 부상, 고속정 1척 침몰의 전과()를 올린 것이다.

연평해전은 모두 김대중 정부 때 일어났다. 1차 연평해전 후 해군 교전지침은 선제사격과 확전 절대금지, 북방한계선(NLL) 절대 고수, 슬기로운 대처로 바뀌었다. 현장 지휘관의 작전권이 꽁꽁 묶인 것이다. 2차 연평해전에서 우리 측 희생이 컸던 것은 당연했다. 박 전 사령관은 적의 포탄을 맞고 나서야 대응하라는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군()의 주적()개념을 흐려놓고 3조5000억원의 평화비용을 북에 바친 김 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탔다.

9년만인 작년에야 1차 연평해전 승전비가 2함대사령부 내에 섰다. 어제 그곳에서 열린 10주년 기념식에서 정옥근 해군참모총장은 적이 우리의 손끝 하나를 건드리면 적의 손목을 자르겠다는 각오로 (1차 연평해전) 승리의 전통을 계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음 든든한 말이다. 북의 핵개발과 무력 위협을 정부의 햇볕정책 파기 탓으로 돌리고 615남북공동선언을 성전()처럼 받드는 인사들은 이런 강군이 국가안보를 지켜주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육 정 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