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무비자 미국 여행

한국과 미국 간 비자 불평등이 곧 해소된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오늘 새벽 한국을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신규 가입국으로 선포해 최대 90일간 한국인의 무비자 방미()가 빠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1월부터 가능해진다. 우리는 1981년 미국인에 대한 15일 간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기 시작했고, 99년부터는 이 기간을 30일로 늘렸다. 따라서 미국의 대한() 비자제도가 늦게나마 동맹관계에 맞는 수준으로 격상되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우리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27개 VWP 가입국에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일본과 싱가포르는 오래전부터 포함시켜놓고 한국만은 비자 거부율이 높다는 이유로 배제했기 때문이다. 기준이야 어떻든 우리로선 불쾌한 차별대우였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미 대사관 앞에 사시사철 길게 늘어선 비자 신청자들을 볼 때마다 대미() 호감은 줄어들었다. 비자면제는 미국이 더는 우리를 불법체류 가능성이 없는 선량한 여행자로 본다는 점에서 국위() 국격()과도 무관하지 않다.

VWP에 따라 관광과 상용(B1, B2) 목적으로 비자 없이 미국에 가려면 미국 전자여행허가(ESTA) 사이트에 접속해 성명과 생년월일 국적 성별 전화번호 여권번호 등 17가지 필수정보와 주소를 포함한 선택항목 4가지를 입력하면 곧바로 입국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비자 신청에서 발급까지 12주 기다려야 했으나 이제는 몇 분이면 되는 것이다. 한번 허가를 받으면 2년 동안 미국 입국이 가능하다. 연간 1000억원을 절약하는 경제적 효과도 생긴다. 실제로 작년엔 36만 명이 관광 및 상용 목적으로 미국 비자를 신청해 1인당 33만원의 수수료를 내야했다.

부시 대통령은 퇴임을 석 달 앞두고 중요한 약속 하나를 지켰다. 내친 김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회 비준까지 마무리 지어줬으면 한다. 부시는 어제도 다음달 의회가 열리면 한국과 콜롬비아 파나마와의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최우선 과제의 하나로 삼아야 한다며 의회의 결단을 촉구했다. 한미 FTA 비준까지 매듭짓는다면 부시는 한미 관계 강화를 위해 많은 일을 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다.

방 형 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