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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발적 사고 몰아 여론 진정 북 달러벌이 관광 계속 의지?

우발적 사고 몰아 여론 진정 북 달러벌이 관광 계속 의지?

Posted July. 22, 200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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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의 가해자가 17세의 북한 여군이라는 정보가 정보 당국자들을 통해 입수되면서 사건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이 정보의 진위는 고() 박왕자(53) 씨 피격이 의도적인 사건인가 아니면 우발적인 사고인가라는 사건의 핵심 의혹을 푸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 당국자들이 비슷한 목소리로 한국 측에 당혹스러움을 나타내고 8월 한국 민간단체들의 대규모 방북단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북한 당국의 대남 태도에 모종의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북한 태도 변화의 증거들=정부 당국자는 21일 총격 가해자가 만 17세의 여군이라는 정부 당국의 정보를 전한 본보 보도에 대해 같은 내용의 정보를 입수해 진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최근 중국 등에서 북한 당국자들을 만난 미국 측 소식통과 국내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 실무 담당자도 북한 관계자들에게서 총을 쏜 군인이 아주 어린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북한 관계자들이 이번 사건은 우리도 정말 당황스럽다. 남한 당국이 옥수수 5만 t을 주지 못해 안달이 난 좋은 상황에서 우리 군부가 금강산에서 고의로 사건을 저질렀다고 외부에서 보는 것은 우리 체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은 북한이 백두산과 평양을 관광하도록 남측의 대규모 방북단을 초청하고 있다는 본보 보도 내용도 확인했다.

현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불교 조계종, 굿네이버스인터내셔날 등 민간단체들이 8월 대규모 방북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8월에는 통상 민간단체의 방북이 많지만 올해는 북한이 더 적극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의도는 무엇?=이런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북한은 최고위층 선에서 금강산 사건에 대한 국내외 비난 여론을 조속히 진정시키고 8월 이후 남북 민간교류를 확대한다는 큰 틀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사건 이후 정부의 대북 압박 정책이 효과를 나타낸 것이라며 정부가 개성관광 중단 검토 등 강수를 두자 한 푼의 달러가 급한 북한이 이쯤에서 사태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자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한 지도부는 이번 사건의 장기화에 따른 한국과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북-미 핵협상의 진전과 9월 김정일 3기 체제의 안정적인 출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을 개연성이 있다.

우리 당국은 정보에 나타난 가해자가 여성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정보가 사실이라면 어린 여성이 우발적으로 쐈다는 점을 흘림으로써 이번 사건을 사고로 처리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이 거짓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민군 장교 출신 탈북자는 금강산 일대에 주둔하는 인민군 부대에는 여군이 없고 혹 있더라도 통신병 정도라며 특히 갓 입대한 여군에게 새벽에 보초를 세우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북한이 대외적으로 이번 사건의 조기 진정 의사를 전하려 했다는 분석은 그대로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신석호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