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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 없는 화재 어처구니 없는 문화재청장

어처구니 없는 화재 어처구니 없는 문화재청장

Posted February. 12, 200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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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 숭례문 소실이 조기 대응 실패로 인한 어처구니없는 인재라는 지적이 이는 가운데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화재가 발생한 10일 대한항공으로부터 일부 경비를 지원받아 유럽 출장 중이었던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유 청장은 이 출장에 부인을 동반했으며 부인의 항공료도 대한항공이 부담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11일 유 청장은 설 연휴가 시작되는 614일 8박 9일 일정으로 네덜란드 호린험 시, 프랑스 파리 등으로 해외 출장을 떠났다며 그러나 10일 숭례문 전소 소식을 듣고 파리에 가지 않고, 암스테르담에서 바로 귀국했다고 밝혔다.

유 청장은 당초 대한항공의 기증으로 설치된 파리 루브르 박물관 내 한국어 안내 서비스 개통식(12일)과 기자 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대한항공 측은 유 청장과 부인의 암스테르담을 경유하는 항공편과 파리 숙식 비용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 청장은 1113일 파리에서 마추라 유네스코 사무총장, 반다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소장 등과 만나 조선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건을 협의할 예정이었다.

루브르 행사 국내 관계자들은 대부분 11일 출국했으나 유 청장은 이보다 앞선 6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떠났으며, 귀국 때까지 공식 일정은 하멜의 고향인 호린험 시의 피트 아이셀스 시장과 면담을 가진 것 외에는 없어 설 연휴를 이용한 부부동반 외유성 출장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문화재청의 청장 국외출장 일정표에는 7, 9일의 경우 암스테르담 문화유산 시찰(전일)로 기록돼 있다.

문화재청 측은 호린험 시 방문은 전남 강진에 세워진 하멜 기념관과 2009년 호린험 시가 세울 네덜란드의 하멜 기념관과의 교류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며 호린험 시의 공식 초청은 없었고 문화재청 측에서 직접 일정을 잡았다고 밝혔다. 이런 경우 자매 결연을 맺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답방을 하는 게 관례이나 유 청장이 직접 갔다는 것이다.

강진군청 관계자는 유 청장의 호린험 시 방문은 강진군청과 아무런 협의가 없었으며 유 청장의 개인적인 방문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11일 귀국 직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에게 오래된 목조 건물은 화재 발생 10분 안에 불길을 잡지 못하면 허물어진다며 숭례문의 경우 10분 이전에 소방 당국이 출동했는데도 (전소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 청장은 또 문화재청 내 문화재연구소가 숭례문의 정확한 도면을 갖고 있어 숭례문 복원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경찰청 과학수사팀, 서울 남대문경찰서 과학수사팀, 소방방재청, 서울시청,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전기안전공사 등 관계기관 전문가 15명은 11일 2차례의 합동 현장 감식을 벌였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숭례문 1층 누각에서 일회용 라이터 2개를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경찰은 방화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사건 현장을 담은 폐쇄회로(CC)TV 화면을 분석했으나 방화 용의자 등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전승훈 강혜승 raphy@donga.com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