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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 새겨보려다 골병드는 남자들

Posted February. 11, 200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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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83cm, 몸무게 68kg인 대학생 박모(26) 씨는 훤칠한 키에 날렵한 몸매로 모델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러나 그는 최근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지방이 거의 없는 몸인데도 살이 찌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닭 가슴살만 먹으며 운동을 했다.

배고픔을 견디기 어려우면 아이스크림, 과자 등을 폭식하고 화장실로 달려가 먹은 것을 토해냈다. 결국 부모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은 박 씨는 거식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다이어트 강박증은 이제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젊은 남성 사이에서 몸짱 열풍이 불면서 무리한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건강을 해치거나 무허가 다이어트 약물로 인한 부작용도 늘고 있다.

대학생 김모(21) 씨는 식사량을 평소의 3분의 1로 줄이고 10km 달리기, 줄넘기 2000회 등 매일 4시간 이상 운동을 통해 6개월 만에 40kg을 뺐지만 갑자기 간과 신장 기능이 떨어져 병원에 입원했다.

김 씨는 남에게 멋지게 보이고 싶어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운동에 빠지게 됐다며 나중에는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남성이 다이어트에 열중하는 것은 권상우, 비 등 근육질 스타가 인기를 얻으면서 몸만들기가 유행하고 있기 때문. 배에 새겨진 왕()자 근육을 빗댄 식스 팩, 팔과 가슴 근육 라인을 묘사한 M라인 등 근육질 남성 몸매를 상징하는 유행어도 생겨났다.

이를 반영하듯 서울 신촌, 압구정동, 홍익대 앞 등 젊은 층이 몰리는 지역의 비만클리닉에는 남성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비만클리닉 닥터포유 관계자는 최근 남성 환자가 4배 정도 늘었다면서 환자 10명 중 3, 4명은 남성이어서 우리도 깜짝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비만클리닉 365mc의 김하진 원장은 예전에는 건강을 위해 뱃살을 빼는데 집중했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가슴, 등, 허벅지, 엉덩이 등 옷맵시를 살리는 데 중요한 부위의 살을 빼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일부 남성은 지방흡입 수술까지 받기도 하지만 지나친 다이어트 강박증은 오히려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강희찬 백상신경정신과의원 원장은 비만 때문에 찾아오는 남성 환자의 80%는 정상이거나 약간 통통한 편이라며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해 거식증, 폭식증을 겪거나 영양부족으로 간, 신장을 해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는 다이어트 약품을 무분별하게 복용하다가 부작용을 호소하는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한 포털의 미국 다이어트 제품 후기 카페에는 다이어트 약 복용 뒤 어지러움, 두통, 두근거림, 피부 이상을 겪었다 약 때문에 3일 동안 6시간밖에 못 잤다 복용 후 팔이 저리고 식은땀이 자주 흐른다는 등의 글이 최근 한 달 동안 80건 이상 올랐다.

식품의약품안전청 박경식 연구사는 국내에서 다이어트 약으로 팔리고 있는 약품 중 상당수는 불법 유통되는 외국산 건강기능식품이라며 이런 약을 과다 복용할 경우 마비 증세, 전신 알레르기, 쇼크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